대중가요와 재즈를 넘나들며 20년째 정상의 트럼펫 연주자의 명성을 이어온 이주한(47)이 팝 전도사로 나서 음악 팬들과 교감을 넓힌다. 아리랑라디오 '뮤직 엑세스'의 DJ를 맡아 전하는 최신 팝은 지금까지 그려온 음악 궤도에서 벗어난 듯 하지만 또 다른 창작물의 에너지가 된다고 말한다.
매일 오후 2시 유쾌한 영어로 농담을 던지고 팝 트렌드를 소개하는 목소리는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의 리더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설다.
"친한 사람들은 저를 보고 재즈를 하면서 와일드한 성격을 어떻게 누르고 지냈냐고 하죠. 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제 스타일에 딱 맞는 다이내믹한 프로그램을 만났죠."
6년 전 같은 채널에서 재즈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는 그는 "점차 팝을 들을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이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까웠다"며 노선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신곡과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후반에 발표된 20곡의 팝이 2시간 동안 흘러나온다.
"우리 프로그램만 들어도 요즘 전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은 바로 파악할 수 있을 거예요. 매주 빌보드와 UK차트 소식도 함께 전하고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대중화와 K-팝 열기로 인해 해외에서 아리랑라디오에 대한 인지도가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주한은 한국식 라디오의 재미를 전하는 것에도 자부심을 느낀다.
"해외 라디오들은 줄곧 음악만 틀어주는데 우리는 아기자기한 재미 요소를 갖췄잖아요. '뮤직 엑세스'는 다양한 요일별 코너로 구성된 한국식 버라이어티한 라디오의 영어버전이라 할 수 있죠. 한국어로는 도무지 먹히지 않는 제 유머가 영어로는 가끔 통하거든요."
오랜 해외 생활과 폭 넓은 음악 이력도 라디오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세계 각지를 돌며 11살 때 이란에서 트럼펫과 인연을 맺었다. 13세 때 수리남에서 레코딩 세션에 참여했고, 미국에서 보낸 고교와 대학시절 동안 마칭밴드·빅밴드·오케스트라 등에 속해 다양한 음악 작업을 경험했다.
91년 군복무를 위해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윤상을 만나 앨범 작업을 했고, 급속도로 입소문이 퍼지며 김현철·김광석·한동준·이소라·조규찬·동물원·강수지·윤종신·전람회·신성우 등 인기 가수들의 앨범에 트럼펫 세션으로 참여했다. 한동준의 '사랑의 서약', 이소라의 '난 행복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등에 흘러나오는 트럼펫 선율은 그의 작품이다.
2008년 4인조 그룹 윈터플레이를 결성해 만든 '해피 버블'은 세탁기 CF 속 한가인 테마송으로 인기를 얻었다. 재즈의 대중화와 재즈 한류에 큰 역할을 한 그는 올해 새로운 역작을 준비 중이다.
"윈터플레이를 4년 동안 하면서 개인 음악은 많이 못 했어요. 라디오는 제 자신에게 휴식과 충전의 시간이죠. 이주한 5집과 윈터플레이 3집을 올해 안에 발표할 겁니다. 재즈가 중심이겠지만 힙합 등 다양한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어요."·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