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 조정석(32)이 나타나자 "납뜩이다" "은시경이다"라며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8년간 뮤지컬 스타로만 불리다 최근 영화 '건축학 개론'의 납뜩이와 MBC '더 킹 투 하츠'의 은시경 역으로 동시에 인기몰이중인 그는"얼마전 놀이동산에 촬영하러 갔는데 초등학생들도 알아봐서 신기했다"며 입꼬리가 올라가는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2004년부터 출연한 '헤드윅' '스프링 어웨이크닝' '그리스' 등으로 뮤지컬 무대에선 잔뼈가 굵지만, 영화와 드라마에선 생짜 신인이다. 3월 개봉된 '건축학…'을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했고, 2월 종영한 드라마 데뷔작인 MBN '왓츠 업'에 이어 '더 킹…'에 출연 중이다.
"지난 8년간 '톡'하는 순간의 전환점들이 있었다면, 이번엔 '탁'이라고 표현할 만큼 삶이 달라졌어요. 2005년 '그리스'로 공연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후로 이렇듯 많은 관심은 처음이라 깜짝 놀랐죠. 한꺼번에 다른 분야에서 연기할 기회가 찾아오고 잘 풀리기까지 해 운이 좋은 것 같아요."
두 작품에서 상반된 연기를 펼친다. '건축학…'에선 승민(이제훈)에게 능청스럽게 연애 조언을 하는 재수생 친구로 관객의 웃음을 '빵빵' 터뜨렸다면, '더 킹…'에선 매사에 진지한 원칙주위자인 근위대 중대장으로 나와 '훈남'의 매력을 뽐낸다. 공주 이재신(이윤지)과의 풋풋한 로맨스도 볼 거리다.
"납뜩이를 연기하며 중점을 둔 점은 친구를 동생보듯하고 쿨한 연애박사라는 설정이었어요. 반면 은시경은 너무 대쪽같아서 안타까운 인물이죠. 공주와의 로맨스가 어떻게 될지는 작가님만 알텐데, 일단 저는 근위대로서 공주님과 왕 이재하(이승기)를 잘 모시는 것에만 충실하려고요. 하하하."
실제 모습은 납뜩이에 더 가깝다. 긍정적인 성격이고, 연애를 열심히 했다는 점에서다. 중학교 때는 친구들 중 유일하게 여자친구를 사귀어 연애 코치 노릇을 했고, 서울예대 연극과에 다닐 때는 3년간 진한 열애를 경험했다.
"공부만큼 연애도 열심히 했는데, 첫 사랑은 대학교 때라고 말해요. 지금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디딤돌이 돼 준 친구죠. 영화 속 승민의 모습을 보며 예전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그러나 지금 연애는 '꽝'이에요. 만약 여자친구가 있었더라도 바쁜 일 때문에 만날 수가 없어 금세 차였을걸요."
극 중 납뜩이와 승민의 진한 우정에 깊이 공감한다. 힘들 때마다 늘 곁을 지켜준 친구들이 고맙다. 초등학교부터 데뷔 후까지 친구들이 많다는 그다.
"특히 배우 생활을 하면서는 친구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공연할 때만 친해지고 금세 멀어지게 돼요. 그런 상황에서 친해진다는 건 정말 두터운 우정을 쌓은 사이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죠. 제가 바닥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응원해준 친구들이에요."
날로 높아지는 인기에 힘입어 벌써 다음 영화를 찜했다. 육상효 감독의 '구국의 강철대오'에 출연한다. 쉴 틈 없이 이달 말 드라마 촬영이 끝나는대로 촬영에 들어간다.
"20대 때는 앞만보고 달렸어요. 1년에 무려 공연을 4개나 했을 때도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뒤를 조금 돌아보면서 달리는 여유를 얻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장르에 진출한 건 처음이니 늘 해왔던대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김도훈(라운드 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