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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박병성의 연극 리뷰 : 대사 낯설어도 재미있다 '궁리'



공연 관람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지인이 '진짜 연극'을 보고 싶다고 했다. '궁리'를 보자 그 친구에게 권하고 싶어졌다.

누가 '진짜 연극'을 규정할 수 있을까마는 지인이 말한 의미는 아마 스토리의 진중한 감동이 있으면서도 연극만이 주는 매력이 있는 작품일 것이다.'궁리'가 딱 그렇다.

한국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이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조선 시대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의 말년을 소재로 했다.

장영실은 관노의 신분이었지만 세종이 그의 뛰어난 재능을 아껴 대호군의 벼슬까지 오른다. 그러다 임금의 수레를 만드는 작업에 투입되고, 그 수레가 망가지면서 태형 80대를 맞고 쫓겨난다.

극은 세종이 탄 수레의 바퀴가 망가지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조선의 민초로 여겨지는 백성들 그 자체가 수레로 육화돼 비탈을 오르고, 나무로 된 2중 무대의 중간이 커다란 시소처럼 1층 바닥으로 기울어지면서 수레가 망가지는 위태로운 상황을 긴장감 넘치게 전달한다.

좁은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배우의 몸을 표현적으로 사용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복잡한 장소를 상징적으로 깔끔하게 표현했고, 잘 훈련된 배우들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가 무대를 압도했다.

뿐만 아니라 장영실이 만든 측우기, 혼천의를 형장의 물건으로 마술처럼 만들어내는 장면, 세종을 위해 중국의 하늘을 조선을 중심으로 만든 천문도의 풍경이 무대를 가득 메우는 대목은 마술적 판타지에 빠지게 했다.

연극적 볼거리가 풍성한 장영실의 삶이 표현적이고 상징적인 형식과 맞물리면서 세련되고 심도 있게 극을 이끌어 간다. 천민의 자식으로 태어난 장영실의 몰락은 중국과 조선의 관계, 명을 받드는 유림들과 실리주의를 표방하는 세종의 갈등에서 빚어진 희생양으로 그려진다.

연극에서는 조선 시대의 국제·정치적인 갈등을 장영실의 삶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그의 삶 속으로 들어가 군주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한 천재 과학자의 쓸쓸한 노후를 반추한다.

천민의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장영실은 자신이 만든 측우기가 명의 하사품으로 전락한 것을 알고 자신의 삶이 껍데기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어체와 만연체의 문장들이 귀에 익지 않아 대사를 편하게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진짜 연극'의 맛을 느끼기에는 손색이 없다.

13일까지 백성희장민호 극장./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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