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처가가 '슈퍼 갑(甲)'이죠. 두 아이를 봐주시니 미안한 마음에 출장을 가도 장모님 선물부터 제일 좋은 것으로 산다니까요."
어버이날 선물도 예외가 아니다. 회사원 정연수(38)씨는 아내 눈치를 살피면서 '명품 가방을 사드릴까, 하와이 여행을 보내드릴까' 고민 중이다. 적게는 100만원대, 많게는 300만원까지 돈을 쓸 계획이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 선물은 올해도 20만원대 '홍삼'이다.
어버이날 선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귀한 선물은 본가(시댁)부터'란 공식은 깨졌다. 여성의 부모들이 아이를 돌봐주는 '모계 가정'이 늘면서 남편들이 처가에 더 비싼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6일 신세계몰이 기혼 남녀 고객 850명을 대상으로 '어버이날 드리고 싶은 선물'을 물은 결과 처가에 비싼 명품 가방(14%)이나 골프용품(12%)을 선물할 계획이 있는 남성들이 많았다. 이들이 본가에 선물하고 싶은 품목은 화장품, 셔츠·타이 세트 등 평범한 아이템이 대부분이었다.
신세계몰 관계자는 "최근 신세대 맞벌이 부부들이 시댁보다 처가에 육아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져 부모보다 장인, 장모에게 더 비싼 선물을 하는 남성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여성들 또한 친정 부모에게는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인 영양크림(38%)을 선물하고 싶어하면서도 시댁에는 보기엔 화려하지만 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립스틱(29%)을 건넬 마음이었다.
◆ 부모 절반 "카네이션은 별로..."
진부한 선물이 도태되고, 트렌디한 아이템이 대접받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같은 값이라도 구두 상품권이나 지갑 같은 전통적인 어버이날 선물 대신 부모님용 커플 잠옷이나 로봇 청소기, 부분 가발 등이 잘 팔려나간다. 모두 자신을 가꾸기 좋아하는 '꽃중년'을 겨냥한 상품들이다.
아이파크백화점 박희정 주임은 "올해 어버이날 선물 컨셉트는 소비 트렌드에 따라 젊음과 건강에 맞췄다"며 "야외활동에 좋은 아웃도어 제품이나 워킹화, 그리고 주름을 없애주는 기능성 화장품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는 데 적극적인 요즘 부모님 취향으로 인해 상품권이나 현금 선물의 인기가 강세다.
직장 인근에 독립해 살고 있는 싱글족 이현정(34)씨도 현금을 드릴 생각이다. 이씨는 "쇼핑을 즐기는 엄마가 내가 고른 선물보다 현금을 훨씬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에 발맞춰 롯데백화점은 어버이날 이후 선물로 받은 상품권이나 현금을 들고 직접 구매하러 오는 고객들이 많아지자 9일부터 주요 점포에서 여성복 행사까지 마련했다.
반면 전통의 카네이션의 인기는 시들하다. 천호식품이 최근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모님들이 꼽은 '어버이날 가장 싫은 선물' 1위(54%)가 바로 카네이션이었다./전효순기자 hsjeo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