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출신의 헐리우드 스타 이완 맥그리거(41)이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영화 '트레인스포팅'과 '아일랜드', '스타워즈 에피소드' 1~3편 등으로 잘 알려진 그는 국내 한 백화점의 브랜드 캠페인 모델 자격으로 6일 내한했다.
7일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12월 개봉예정인 영화 '더 임파서블' 촬영으로 태국을 오가면서 인천국제공항을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방문의 설렘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1박2일의 짧은 체류 일정을 뒤로 하고 이날밤 돌아갔다.
펴셔너블하다고요? 아닙니다
헐리우드에서의 꾸준한 작품 활동을 위해 현재는 LA에 살고 있지만 원래는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각종 영화제와 행사에 스코틀랜드 전통 복장인 킬트를 입고 등장할 정도로 조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해 왔다. 7월 런던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영국을 테마로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의 모델로 선정된 이유다.
앞서 1월 '브리티시 모던'을 주제로 진행된 화보 촬영에서는 일급 패션사진작가 알렉시 루보미르스키와 스타일리스트 션 스펠만의 도움을 받아 영국 신사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그러나 평소 자신은 '패셔너블'함과는 거리가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전형적인 스코틀랜드 남자이고 패션 센스가 좋은 편은 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프리미어 행사나 영화제처럼 특별한 자리에 참석할 때는 멋지고 지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의상을 입으려고 신경쓰는 편이죠. 특히 드레스 슈즈나 일반적인 수트처럼 정형화된 차림은 피하려고 하는데, 옷을 잘 입는 팁을 귀띔하자면 아침에 거울을 바라봤을 때 '이거 뭔가 이상한데'라고 느끼면 갈아입는 편이 좋아요. 그렇게 꾸준히 고쳐나가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답니다."
여왕과 티타임 어떠세요?
영국을 대표하는 스타지만 런던 올림픽을 직접 방문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대신 멀리서나마 모든 경기를 열성적으로 관람할 예정이다. 분리 독립 문제로 잉글랜드와 오래전부터 약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아쉬움과 부러움, 고민이 살짝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직접 찾은 적이 있는데 그 때 개최국의 자부심과 중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며 "영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무척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투자를 아끼지 않고 많은 준비를 거쳤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자신했다.
런던 올림픽을 보기 위해 현지를 찾을 한국 팬들에게는 영국의 예술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느껴보길 추천했다. "영국에는 아주 훌륭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아요. 좋은 극장도요. 여왕에게 전화를 걸어 버킹엄궁에서 차 한 잔을 같이 마실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할 겁니다. 그 때 제게 전화를 주세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요. 하하하."
서울은 정말 환상적인 도시죠
전날 인천국제공항은 그를 만나기 위한 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맥그리거는 팬들이 제작해온 피켓에 직접 사인을 해주고 일일이 악수를 건네는 등 화끈한 팬서비스로 화답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묻자 "서울은 정말 '팬시'한 도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딸만 넷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답게 생애 최고의 기쁨을 궁금해하는 질문에는 주저없이 "딸들의 아버지가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팬들을 의식했는지 "여러분과 함께 하는 지금 역시 내겐 최고의 즐거움"이라고 슬쩍 눙쳤다.
"일정이 바빠 마음껏 둘러볼 순 없었지만 서울은 무척 멋진 도시입니다. 내 경호원들이 고생을 좀 하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몰래 빠져나가 서울 거리를 마음껏 걸어보고 싶네요. 꾸준히 좋은 작품으로 한국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꼭 다시 올테니 그때는 여유있게 만나자고요." 사진/서보형(라운드 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