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봉된 '두레소리'가 '제2의 워낭소리'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전문 연기자들의 출연과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형식이 '워낭소리'와 비슷한데다, 감동의 크기 또한 못지 않아서다. 지인이 빌려준 8000만원을 종잣돈 삼아 국악 꿈나무들의 꿈과 좌절, 도전을 정감 넘치게 그린 조정래(39) 감독은 "완성하고 우리들끼리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일이 커 졌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조 감독은 20년전 대학(중앙대 영화학과) 신입생 시절 교정에서 미모의 한국음악과 여학생이 판소리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 국악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영화의 오래전 출발이 사심에서 비롯됐던 셈이다.
국악과 본격적으로 입문한 건 10년전 판소리 인간문화재 성우향 명창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부터였다.
성 명창으로부터 북 치는 방법을 사사했다. 어깨 너머로 배우는 수준이었지만, 오랫동안 판소리를 들었던 '가락' 덕분에 금세 습득했고 각종 판소리 무대에 고수로 불려다니면서 준 국악인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어느날 우연한 술자리에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재직중인 함현상 교사를 만났다. 함 교사는 교내 동아리인 합창단 두레소리를 창단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을 들려줬고, 조 감독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창단 과정에 매력을 느껴 영화화를 결심했다.
본명 그대로 출연한 김슬기와 조아름 등 실제 재학생들을 기용해 청소년 성장 드라마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제작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10여개 투자사들로부터 퇴짜를 맞은 뒤, 건축 업체를 경영하는 대학 선배의 도움으로 2010년 5월 간신히 첫발을 내딛었다. "출연진은 물론 스태프 대부분이 무보수로 도와줬는데, 유일하게 80만원을 받은 한 분은 촬영기간 내내 자기가 너무 많이 받은 것같다며 괴로워한 나머지 (받은 돈의) 몇 배로 밥과 술을 사더라고요. 하하하."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일들은 지난해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출품했는데, 여기저기에서 반응이 온 것이다.
이 중에는 명필름 이은 대표가 있었다. 펑펑 울 만큼 깊은 감동을 받은 이 대표는 영화제 상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반 배급을 결심했다. 제작비 8000만원의 독립영화가 10억원 규모의 상업영화로 탈바꿈한 것이다. "솔직히 흥행 성공까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국악을 발랄하고 즐거운 음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대만족이죠."
차기작으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길 생각이다. 10년 넘게 '나눔의 집'에 봉사 활동을 다니면서 보고 느꼈던 점들을 이미 시나리오로 완성했다. 조 감독은 "예상했던대로 투자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면서도 "언제는 반응 보고 시작했나? 없는 길을 새로 만들면서 출발하는 것은 내 천성"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김도훈(라운드 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