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28)은 인터뷰가 진행된 한 시간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지난해 12월 동료배우 유지태와 4년 열애 끝에 결혼해 신혼의 단맛에 푹 빠져 있는데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 '돈의 맛'으로 생애 처음으로 이달 말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겹경사를 누려서다. 요즘 여자와 배우로서 큰 행복을 맛보고 있다는 그를 포근한 봄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배우 김효진
1999년 잡지모델로 데뷔해 14년 만에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을 만났다. 재벌가의 숨은 욕망을 그린 이번 영화에서 돈에 죽고 못 사는 가족들과 달리 유일하게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재벌 2세 나미 역을 맡아 무게있는 연기를 펼친다.
임 감독의 전작 '하녀'에서 돈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택했던 하녀(전도연)의 마지막을 목격했던 소녀 나미가 자란 캐릭터다.
" 임 감독과 작업하는게 쉽진 않았지만 새삼 영화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특히 감독님은 캐릭터를 위해 저를 세심하게 연구하신 후 제가 있는 그대로 연기하길 주문하셨어요. 이런 감독님은 처음이라 깊은 감명을 받았죠."
결혼 후 파격적인 소재의 영화를 고른 점이 이채롭다. 집안 일을 돕는 비서 주영작(김강우)과의 진한 베드신도 있다.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쉽진 않았지만 유지태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예민할 수 있는 작품인데도 오빠가 오히려 더 지지해줬어요. 배우 부부가 그래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러나 만약 오빠가 반대했더라도 제가 연기에 대한 열망이 큰 편이라 어떻게든 설득해서 출연했을 것 같아요. 한 번도 출연을 후회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더 몰입해서 찍었어요."
특히 유지태가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2004년 칸에 간 적이 있어 부부가 칸에 진출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는 "칸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이 많이 축하해줬다. 자기는 칸에서 즐기고 오지 못해, 나한테는 여기저기 많이 보고 오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 여자 김효진
유지태의 이름만 나와도 금세 눈이 하트로 변했다. "오빠는 정말 멋있다. 나와 달리 공부·일 다방면에서 얼마나 재능이 많은 지 모른다. 오래 연애했는데 결혼하니 더 좋다"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여배우에 비해 결혼을 일찍 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배우라 결혼 후 예전처럼 잘 못 나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면서 "2세는 1~2명 낳고 싶다"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특히 결혼 이후 함께 좋은 계획들을 세울 수 있어 행복하단다. 최근엔 김효진이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에 최근 유지태도 합류해 선행 부부로 나섰다.
앞으로 동물 보호에도 앞장서고 싶은 바람이 있다는 그는 "만약 영화 속 나미처럼 돈이 엄청 많이 생긴다면 넓은 땅을 사서 동물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고 희망했다.
평소 도회적인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소탈한 성격에 돈에 대한 철학도 확실하다. "아주 소수의 배우들만 돈을 많이 벌지 전 그렇지 못해요. 돈은 떳떳하게 노동으로 벌어들이고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위에서 돈 때문에 망가지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그렇기에 배우는 더욱 돈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합니다."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라는 칭찬에도 "어릴 때 명품을 좋아한 적이 있었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자연스러운 의상을 선호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마지막으로 "결혼 후 시작된 '제2의 인생'이 기대된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