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사진) 감독이 바르셀로나를 떠난다. 지난달 28일 그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시즌이 끝나는 대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에 실패했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한 구단의 신뢰는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의외의 시점에 그는 스스로 지휘봉을 놓겠다고 선언했다.
2008년, 37세의 나이에 바르셀로나 1군 감독에 오른 과르디올라는 부임 직후부터 승승장구했다. 첫해에 프리메라리가, 코파델레이, 챔피언스리그를 동시 석권하는 트레블을 달성했다. 4년 동안 그가 들어 올린 공식대회 트로피만 13개. 바르셀로나는 역대 최강의 클럽이란 찬사를 얻었다.
과르디올라의 성공을 메시, 사비, 이니에스타 등 최고의 멤버를 만난 덕분이라며 능력을 폄하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한결같이 감독에 대한 무한 존경을 보이며 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때 10년 장기계약이라는 파격적 제안까지 받았던 그가 스스로 물러난 것은 감독직 수행에 따른 극심한 피로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는 새 감독을 찾는 첼시의 적극적인 구애를 두 차례나 거절하며 당분간 휴식에 전념할 것임을 알렸다.
과르디올라와의 작별은 바르셀로나가 영광의 한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다. 사비, 푸욜 등 팀이 자랑하는 유스 1세대의 노쇠화 역시 비슷한 의미의 위험 신호다.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지만 해가 갈수록 기량이 늘어나는 메시로 인해 원맨팀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뒤를 이을 감독으로 동고동락했던 수석코치 티토 빌라노바를 임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구단도 이를 받아들인 상태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지만 과르디올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 감독 아래에서 바르셀로나는 새 시대를 맞게 된다. 과르디올라가 4년 간 구축해 놓은 최강의 이미지를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까? 변화의 문 앞에 선 바르셀로나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은 벌써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