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장하는 창작 뮤지컬이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몇 편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았다. 설득력 없는 판타지이거나 유치한 로맨틱 코미디, 아니면 연극에 노래를 입힌 수준의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셜록 홈즈' '모비딕' 등 라이선스 뮤지컬과 경쟁해도 뒤떨어지지 않은 창작 뮤지컬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식구를 찾아서'는 퉁명스러우면서도 속정 깊은 한국인의 정서를 잘 담아낸 토종 뮤지컬이다. 지난해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선보여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을 받은 검증된 작품이다.
대구 팔현 마을에서 혼자 가축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박복녀 할머니 집에 지화자 할머니가 찾아온다. 아들이 보낸 편지 주소가 이곳으로 돼 있다며 막무가내로 아들의 집이라고 우긴다.
집의 주인을 두고 두 할머니가 투닥거린다. 외롭게 살아왔던 둘은 싸우면서 정이 든다. 결국 함께 지화자 할머니의 아들을 찾아 나서고, 아들에게 연락이 올 때까지 함께 살기로 한다.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찬이지만 식사가 더 즐거워졌다. 입맛을 돋워주는 식구가 생겨서다. 꼬장꼬장한 성품의 박복녀 할머니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녀 같은 지화자 할머니는 성격은 다르지만, 각자의 사연을 알고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서로를 아끼는 관계가 된다.
시골 할머니의 구수하고 말맛이 살아있는 대사가 고향의 맛을 낸다. 할머니들의 대화를 옮긴 것 같은 생활 밀착형 가사는 쫀득한 삶의 맛을 더한다.
두 할머니 외에 밥을 나눠먹는 세 식구가 더 나온다. 버려진 고양이 냥, 도살장에서 도망친 개 몽, 알을 잘 낳지 못하지만 모성애가 깊은 닭 꼬다.
늘 배고픔에 시달리는 이 세 가축들은 자신들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없을 때는 이 집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달하면서 코믹 릴리프 역할을 톡톡히 한다.
뮤지컬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훈훈한 작품이다. 다음달 24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