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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완벽남 지고 빈틈남 떴다!...찌질하고 소심하며 능글맞은 남성 캐릭터 유행



남들보다 뭐 하나 잘 나도 살아남기 힘든 세상에 웬걸! 허점 투성이에 어리숙하고 찌질하며, 심지어 근거 없는 자신감에 능글맞기까지 남자들이 안방극장과 스크린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무결점의 실장님·본부장님·왕세자 전하도 그들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어이없이 대세 자리를 내줬다. 소심·찌질·능글남 전성시대다.

미남 탤런트 류진은 MBC 일일시트콤 '스탠바이'에 하는 일마다 실수연발인 아나운서 류진행으로 등장한다. 에어로빅복을 입고 리포팅을 하는가 하면 인터뷰 상대를 마이크로 쳐 코피를 터뜨리기도 한다. 선배 아나운서 박준금의 눈치를 보느라 하루가 다 간다. 가끔 혼자 훌쩍이며 속 앓이를 하곤 한다.

재벌 2세와 멜로 주인공만 도맡아하며 쌓아온 깔끔한 이미지는 온 데 간 데 없다. 정보석·안내상으로 이어온 진지한 남자들의 시트콤 성공기는 류진으로 계보를 확장중이다. KBS2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의 차인표도 반듯한 이미지를 버리고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

시트콤이 장르적 특성상 과장된 설정과 반전의 재미를 노리기 위해 '허당' 캐릭터를 전략적으로 배치해 왔다면, 최근에는 미니시리즈·연속극에서도 이같은 인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수 김원준은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작심하고 망가졌다. 그가 연기하는 왕년의 스타 윤빈은 월세 30만원짜리 방에 살며 컵라면도 마음대로 사먹지 못하지만 옥탑방 마당에 내놓은 그랜드 피아노에서 고상한 뮤지션의 허세를 잔뜩 잡으며 웃음과 동정심을 자아낸다.

같은 드라마의 부잣집 아들 천재용(이희준)도 여느 재벌 2세와는 다르다. 방이숙(조윤희)에게 쓰레기로 얻어맞은 악연을 빌미로 끈질기게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요구하면서 한편으로는 속좁게 빈정대는 방식으로 관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로맨틱한 데이트 제안이나 화끈한 고백은 기대하기 힘든 인물이지만, 게시판은 여성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넘쳐난다. 전형적인 미남도 아니고, 찌질하면서 능글맞기까지 한 전통적인 비호감 요소를 갖춘 남자지만 "선한 끌림을 준다"고 여성들은 입을 모은다.

주부 조은형(35)씨는 "찌질하고 소심해도 충분히 포용 가능하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기존 드라마의 완벽한 남자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거리감 없이 다가온다"며 "완벽남에게 없는 유머와 위트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염치는 언제든지 버릴 준비가 돼 있는 SBS '패션왕'의 강영걸(유아인)도 여성 시청자의 모성본능을 자극한다.

한편 스크린에서도 빈틈 많은 남자 캐릭터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17일 개봉)의 두현(이선균)은 아내가 두려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소심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탈출하기 위해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를 고용해 이혼의 빌미를 제공해 달라고 부탁한다. 성기 역시 겉으론 완벽을 기하는 느끼한 작업남이지만 이따금 드러나는 허술함이 더 매력적인 남자다.

이밖에 '건축학개론'의 승민(엄태웅·이제훈) 역시 섣부른 오해에 첫사랑을 놓치고도 나중까지 끙끙 앓기만 하는 쑥맥이다.

'내 아내…'의 홍보사인 퍼스트룩 이윤정 대표는 "요즘 사회 트렌드가 솔직함"이라며 "남자는 수컷 같아야 하고 멋있어야 한다는 편견이 지배했지만, 요즘은 자신의 약점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의외의 신선함으로 다가온다"고 '찌질남' 트렌드의 이유를 설명했다.

때로는 캐릭터들의 이같은 특징이 특정 세대의 공감대를 구축한다.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은 "찌질했고 용기 없었던 그 시절에 대한 반성문"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고, 30대 중반 이후 남성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남성 캐릭터의 변화는 여권 신장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건축학개론' 제작사인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여성의 경제적 파워나 권리가 신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남성 캐릭터는 점차 연성화되고 있다. 마초 남성이 사라지고, 연상연하의 연애가 일상적이 된 연애풍조의 변화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의 변신이 '찌질남'과 '비호감남'의 유행을 거들기도 하다. 이를테면 영화 '차형사'(31일 개봉)에서 미남 강지환이 12kg을 불리고 지저분한 비만 형사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즐거움을 준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전도된 이미지는 일차적인 웃음 장치다. '왕자과' 스타들이 망가지는 것만으로 재미가 있고, 저들도 나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동질감을 준다"며 "그런 점에서 실장이나 왕세자는 캐릭터 변주 범위가 좁고 쉽게 지겨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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