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관광과 선물 등을 미끼로 노인들을 모은 뒤 싸구려 건강보조식품을 원가 10배가 넘는 값에 판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특히 이들은 1980년대 씨름판을 주름잡던 전 천하장사 이준희(55)씨를 '바지사장'으로 끌어들여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 당진경찰서는 지난 1월부터 충남 금산에 건강보조식품 판매점을 차린 뒤 천하장사 출신 이씨를 얼굴마담 형식으로 고용해 전국 5200여 명의 노인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한 사기 등의 혐의로 이모씨 등 70명을 붙잡았다고 14일 밝혔다.

사건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준희씨는 경북 예천 출생으로 한국씨름연맹 경기위원장을 지냈다. 이씨는 1980년대 이만기, 이봉걸 등과 더불어 민속씨름 전성시대를 이끌었으며 매너있는 태도로 '씨름판의 신사'로 불렸다.

일당은 노인정이나 노인복지회관, 마을회관 등에 전화를 걸어 시청·구청·사회복지센터 직원이라고 속였다. 이어 "강경젓갈 체험" 등의 행사에 가면 무료 식사를 제공한다고 노인들을 유인해 원가 2만2000원짜리 건강보조식품을 33만원에 파는 등 19억여 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찰은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업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장윤희기자 un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