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비당권파가 주축이 된 혁신비상대책위가 15일 당 재건활동을 개시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이르면 16일 외부 인사와 기존 당권파 인사까지 포함한 비대위 구성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파를 아우르는 포괄적 비대위 체제로 당 내분을 수습하겠다는 생각이다. 강 위원장은 정파별 물밑 접촉을 통해 비대위 참여를 설득하는 중이라 한다. 인선도 당권파 몫의 자리만 남겨놓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당권파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김선동 의원을 원내대표로 내세워 당을 다시 장악하는 '권력 분할' 시나리오설이 나돌고 있다. 구당권파 계열인 지역구 당선자 4명과 이석기·김재연 비례 당선자 2명 등 6명으로 국회(원내)를 장악하면 당 대표 등 당권을 넘겨줘도 기득권은 유지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구당권파의 구상대로 당은 신당권파가, 국회는 구당권파가 장악하는 권력 분할이 이뤄지면 당은 그야말로 '한지붕 두 가정'이 된다. '강기갑의 비대위'는 식물 조직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구당권파의 계획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30일까지 자진 사퇴시한이 남았지만, 이·김 당선자는 사퇴 불가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비례대표 2·3번인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는 19대 국회의원 등록을 마쳤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의 일이다. 당은 지난 14일 '경쟁명부 비례대표 후보 전원(14명) 총사퇴 권고안'이 포함된 '당 혁신 결의안 채택의 건'을 가결했지만 권고안에 불과하다. 법적 제명은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
강 위원장은 전날 전자투표 무효를 주장하며 분신을 시도했던 당권파 지지자 박영재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 위로하는 등 당권파 흡수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지만, 당권파가 비대위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통합진보당은 내분 사태는 이달 말 중대 고비를 맞는다. /이선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