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진출작 '돈의 맛'은 연출을 맡은 임상수 감독의 전작 '바람난 가족' '하녀'처럼 역시나 보기 편한 영화는 아니다.
TV나 다른 영화에서 그 동안 봐 왔던 재벌 이야기가 권력 다툼과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작품은 대한민국을 돈으로 지배하는 최상류층 재벌가의 은밀하고 불편한 욕망을 들춰냄으로써 자본주의 사회를 향해 노골적인 냉소와 야유를 날린다.
임 감독은 재벌가 내부의 문제를 파헤쳤던 '하녀'와 맥을 같이 하면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들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로 시선을 넓힌다.
친절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극중 인물들이 '하녀'를 보는 장면, 가족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윤나미(김효진)가 불에 타 죽은 하녀(전도연)에 대한 어린 시절 기억을 말하는 장면 등을 삽입해 '하녀'의 연작이란 걸 꼼꼼하게 확인한다.
도입부부터 1m 높이로 밀실을 가득 채운 돈더미가 등장해 시선을 압도한다. 이후 화려한 대저택을 배경으로 재벌가의 비자금과 상속 문제, 성 상납에 괴로워하던 한 여자 연예인의 자살 등이 다뤄진다. 한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모 재벌과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재벌가 백씨 집안의 탐욕스러운 안주인 백금옥(윤여정), 돈에 중독됐던 삶을 모욕적으로 느끼는 백금옥의 남편 윤회장(백윤식), 백씨 집안의 은밀한 뒷일을 도맡아 하며 돈의 맛을 서서히 알아가는 비서 주영작(김강우), 영작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딸 윤나미(김효진) 등 네 인물들이 돈에 대한 각기 다른 시선과 태도로 줄거리를 촘촘하게 엮어간다.
파격적인 내용에 걸맞게 연기의 수위도 높다. 백윤식은 하녀로 나오는 필리핀 여배우와, 윤여정은 아들 뻘인 김강우와 질펀한 정사신을 각각 합작한다.
무거운 주제와 파격적인 소재에도 극 중간중간 인물들이 의외의 행동과 말투로 깨알같은 웃음을 안겨줘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17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