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개되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류승룡(42)은 카사노바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일반적으로 바람둥이하면 기생 오라비같은 외모와 조근조근한 말투가 떠오르지만,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될 만큼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외모와 느끼하면서도 지적인 언변으로 허를 찌른다. 그는 "내가 희대의 카사노바를 연기한다고 밝혔을 때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어울린다는 쪽이 많았다"며 껄껄댔다.
- 영화에서 두현(이선균)으로부터 아내 정인(임수정)을 유혹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 성기는 색다른 카사노바로, 이제껏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캐릭터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수컷' 냄새가 진하게 난다는 점이죠.
잘 보셨습니다. 촬영전 캐릭터의 이미지로 일본의 목수를 떠올렸어요. 웃통을 벗고 민머리에 수건 하나 질끈 동여맨 스타일이라고나 할까요.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 씨처럼 강하면서도 섬세한 수컷을 연기하고 싶었습니다.
- 지난해 '고지전'과 '최종병기 활' 등 이전 작품들에선 마초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어요. 과감한 변신에 도전했는데. 무척 잘 어울립니다.
우선 감사하고요. '왜 나한테는 센 캐릭터만 들어올까' 고민하던 차에 연출자인 민규동 감독님과 사석에서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전설적인 카사노바를 한 번 연기해 보면 어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마음이 끌렸어요. 물론 변신에 대한 강박은 없었지만, 제 안의 다른 모습을 끌어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받아들였죠.
- 잠깐! 제 안의 다른 모습이라면 극중 성기와 닮은 구석이 많다는 것인가요?
네. 성기는 실제의 저와 공통 분모가 꽤 많은 친구입니다. 이성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과 친절하고 장난기가 넘치는 모습이 비슷해요. 단, 성기는 (유혹하는) 대상이 여러 명이지만, 전 지금의 아내 한 명이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죠. 대답이 잘 마무리된 것같아 다행이네요. 하하하.
- 류승룡 씨만의 '여심 공략법'이 궁금해집니다.
성기는 건강한 신체와 뛰어난 예술적 심미안, 매너, 재력 등 바람둥이로서의 모든 요소를 겸비했어요. 일반인들이 그를 따라가기란 매우 어렵죠. 그래서 큰 노력 안하고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팁을 알려드리자면 우선 여성의 얘기를 잘 들어주란 겁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추임새와 맞장구를 곁들여주고 정성어린 조언으로 마무리한 뒤 "힘들었겠네. 자 이제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자"며 손을 잡고 일어서는 거죠. 우리나라 남성 대부분의 실수가 정성어린 조언과 일방적인 해법 강요를 혼동합니다. 여성은 위로와 공감을 얻고자 하지, 해법을 알고 싶어하는 게 아니거든요.
- 아! 강의를 듣다보니 거의 픽업 아티스트(유혹의 기술을 알려주는 전문가)수준인데요.
노노노! 그건 아니죠. 픽업 아티스트가 쓴 책도 여러 권 읽어 봤지만, 그들은 기술만 있지 진심이 없잖아요. 하지만 성기와 전 진심이 있어요. 따뜻한 진심과 사랑만이 여성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어요. 한마디로 소통하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죠. 그런데 저희 영화 얘기는 안 하나요? 하하하.
- 어이쿠 죄송합니다. 전혀 다른 장르를 오갈 때의 쾌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쾌감이 배우 생활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배우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일이 없거나 출연 제의가 들어오지 않으면 실직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게 어렵긴 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인물로 서 너 달을 살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면서도 다이내믹한 거죠. 또 순박한 심성의 스태프와 함께 부대끼며 촬영하는 과정 자체도 즐거움입니다.
-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