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참 둔감한 편이다. 뭐든지 늦다. 때문에 경쟁에서 앞서 나가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한 번 사면 잘 바꾸지 않는다. 지금 집도 만 20년째 살고 있다. 승용차도 20년간 두 번 바꿔타고 2년 전 세 번째로 바꿨다.
휴대폰은 최근 손아래 동서가 남는 스마트폰이 있다며 준 것으로 교체했다. 그동안 쓰던 휴대폰도 불편함이 없었다. 전화를 걸고 받고,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이 전부였다. 또 크기가 작아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리했다.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스마트폰은 내 손안의 PC라는 명성이 딱 들어맞았다. 모든 것이 가능했다. 더 진화된 기계가 나올까 두렵기까지 하다.
"오작가님! 전화번호가 바뀌었나요? 카톡에 친구추가로 나오네요." "카카오톡에서 멋진 미소 보네요! 건강한 모습이라 좋습니다!". 지인들이 소식을 전해온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얼굴이나 특징을 볼 수 있어 좋다. 현재 500여 명의 카카오톡 친구가 있다. 그 분들과 소식을 주고 받으며 인연을 이어가면 살 맛이 날 것 같다.
스마트폰이 이처럼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독성이 문제다. 중독률이 인터넷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현대인은 점점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중독률은 8.4%로, 인터넷 중독률 7.7%를 넘어섰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 11.4%, 20대 10.4%로 평균중독률 보다 높았다. 실제로 지하철을 타보면 그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증세가 심해지면 노모포비아(No-Mobile Phobia)라고 한다.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기가 없을 때 초조 불안해하거나 강제로 사용을 제지당했을 때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증상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을 수시로 만지작 거리거나 손에 떨어진 상태로 5분도 채 못 버틴다면 노모포비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10대, 20대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중독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의의로 많다. 아예 스마트폰과 붙어산다고 하는 표현이 옳을 듯하다.
우리나라는 IT 선진국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도 출시 2년만에 3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웃 일본과 미국도 같은 문제에 부딪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독서의 나라 일본 지하철에서는 책이 사라졌다고 한다. 미국의 이용자들은 10분마다 SNS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하니 중독수준에 가깝다.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 속에서 오프라인 활동을 늘리고 감성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