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34)는 솔직담백한 성격이 가장 큰 매력이다. "내가 해야 할 만큼 연기했다"는 말에서 꾸미지 않은 자신감이 묻어난다. 제65회 칸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 진출작 '돈의 맛'에서 서서히 돈의 맛에 빠져드는 재벌가 비서 주영작으로 열연한 그를 칸 출국 전 만났다.
▶ 엄마뻘 윤여정과 러브신 "극중 캐릭터라고 생각했을 뿐"
재벌가의 탐욕을 파헤친 이 영화는 주영작이 방 안 가득 쌓여있는 수 천 억원의 돈다발을 보고 놀라는 표정으로 시작한다. 초반엔 눈 앞에 있는 돈도 거절하던 그가 돈의 노예로 전락해가는 모습이 왠지 모를 서글픔을 자아낸다.
극 중 재벌가의 안주인 백금옥(윤여정), 그의 남편 윤회장(백윤식), 딸 나미(김효진) 등 여러 인물들이 나오는데, 주영작은 샐러리맨이라는 점에서 관객이 가장 공감할만한 캐릭터다.
"돈에 의해 변해가는 모습이 충분히 공감됐어요. 그러나 지금까지 했던 역할과 달라 연기가 낯설었죠. 수동적인 비서 역이라 먼저 액션을 취하기보다 내게 전해지는 자극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31세 연상인 윤여정과의 베드신도 지난주 개봉전부터 화제였다. "처음엔 당혹스러웠다"면서도 "백금옥과의 촬영이지 윤여정 선생님과의 촬영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연기할 수 있었다"고 개의치 않아 했다. 노출신이 많아 3개월간 혹독한 다이어트도 견뎠다.
이처럼 쉽지 않은 역이었으나, 연출자인 임상수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했다. 김강우의 표현을 빌자면 촬영 전 하루 10시간 동안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갔다. "진하게 연기하지 마라. 상황은 심각해도 표현은 쿨하게 하라"는 주문을 머릿속에 거듭 새겼다.
▶ 나는 연기자, 돈보다 명예가 중요
정작 연기자로서의 본인은 "돈보다 명예"라고 강조했다. 주영작과 달리 "유혹받을만한 자리는 아예 가질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면 배우가 아닌 다른 직업을 택했을 겁니다. 물론 인생에서 돈은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하고 싶은 예술을 못하는 건 싫으니까요. 결혼할 때 아내에게도 그렇게 말했죠."
대신 연기 욕심이 강하다. 매번 부끄럽지 않는 연기를 펼쳐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한다는 그는 "관객이 내 연기를 봤을 때 움찔움찔했으면 좋겠다"며 연기 철학을 설명했다.
"배우는 시대의 거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난한 사람이나 재벌이나 모든 계층을 대변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죠. 제가 신문·책·영화를 두루 보는 이유에요."
연기 밖에 모르고 살았지만, 결혼을 하면서부턴 조금 달라졌다. 한혜진의 언니로 유명한 한무영씨와 7년 열애 끝에 2010년 결혼식을 올려 한 살된 아들을 둔 가장이다. "어깨가 무거워졌다"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고, 다음이 일이다. 연약한 두 사람에게 힘이 되주고 싶다"고 애틋한 가족 사랑을 드러냈다.
결혼후 일이 술술 풀려 '돈의 맛'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차기작 '미라클'을 촬영 중이다. 어린이 실종 사건을 해결해가는 강력계 형사 양춘동 역을 맡았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금처럼 늘 그대로 연기하고 싶다"는 말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