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2일 새벽 당원 명부가 담긴 서버를 압수하면서 통합진보당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버에는 7만5000여명으로 추산되는 당비 납부자(진성당원)와 후원 당원 등 20여 만명의 이름과 주민번호 등 신상 정보와 당비 납부 내역이 모두 기록돼 있으며, 법으로 정당 활동이 금지된 교원·공무원 등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도 한다. 정치 활동을 한 공무원들이 공개될 때의 사회적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의 존립기반인 진성당원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신당권파는 비례대표 경선 직전 당비 5000원을 내고 투표권을 받은 당원이 1만5000여명 이상 급증한 점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구당권파측이 당비를 대납하고 진성 당원을 양산해 득표율을 높이는 편법을 썼을 가능성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 2010년 4월 민노당 당사 압수수색 때 오병윤 현 당원비대위원장이 당원 명부가 든 하드디스크를 끝까지 감춘 뒤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통진당의 신·구 당권파가 이날 잠시 통일된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지만, 내분의 격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는 이날 하루 책임 공방으로 도배질 되다시피 했다.
구당권파는 "신당권파가 당을 배신하고 검찰을 끌어들였다"고 공격했다. 신당권파는 "구당권파의 비정상적 행태가 검찰사태를 일으켰다"고 반박했다. 당권파인 김미희대변인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질 때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결국 쇄신이라는 미명하에 조중동을 끌어들여 당을 깨겠다는 음모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책임을 신당권파에 전가했다. 구당권파는 검찰의 압수수색 사태를 반전의 카드로 삼으려는 듯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이 구당권파의 생명을 연장해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당권파 내부에는 여기서 밀리면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사퇴를 비롯, 당의 전면 쇄신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이선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