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여관의 다섯 멤버 임경섭 강준우 육중완 윤장현 배상재.(아랫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기하와 십센치를 잇는 걸출한 'B급 감성' 뮤지션이 탄생했다. 강준우(33·기타/보컬)·육중완(34·기타/보컬)·임경섭(35·드럼)·윤장현(40·베이스)·배상재(34·일렉기타)로 구성된 5인조 밴드 장미여관이다. KBS2 밴드 서바이벌 오디션 '톱밴드2'에서 '19금' 노랫말이 인상적인 '봉숙이'로 방영 1회 만에 화제의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최근 홍익대앞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이 얼떨떨하다"면서도 기분 좋아 했다.
# 여성 유혹하는 남자 속내 그려
'야 봉숙아 말라고 집에 드갈라고 꿀발라 났드나 / 아까는 집에 안간다고 데낄라 시켜돌라 케서 시키났드만 집에 간단 말이고 / 못드간다 못간단 말이다 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다 말이고.'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쓰는 남자의 속내를 보사노바풍의 멜로디에 경쾌한 부산 사투리를 입혀 만든 곡이다. '변태 감성' 혹은 '음흉한 감성'으로 일컬어지면서도, 보통 남자의 솔직한 마음을 시원하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남녀 불문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처음 미니앨범 '너 그러다 장가 못간다'를 발표한 게 전부인 신생 밴드. 당시 3인조에서 '톱밴드' 오디션을 위해 임경섭과 배상재를 영입해 지금의 5인조가 됐다.
방송 출연 전까지 무명이었지만 '봉숙이' 한 곡으로 트랜스픽션·내귀에 도청장치 등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밴드들을 제쳤다.
"실은 이렇게 주목받을 거라곤 상상 못했어요. 워낙 내로라하는 밴드들이 많이 참여한데다 우리는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99팀을 뽑는 예선을 통과하고 나서 우리들끼리도 깜짝 놀랐답니다."
# 우린 홍대앞 인디신의 못난이들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재미있게 표현해보자는 취지로 곡을 만들었다. 부산이 고향인 강준우와 육중완이 사투리를 맛깔스럽게 녹였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진한 부산 사투리로 노래를 설명했다.
"귀엽게 봐주는 분들이 많지만, 변태나 쇼킹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도 대부분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까지 좋아해주셔서 기쁘죠. 저질(?) 가사라 할 지라도 팍팍한 요즘 사회에서 우리 노래를 듣고 즐거워하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보람을 느껴요."
드라마를 볼 땐 울지만, 평소엔 다들 재미있는 걸 좋아한다는 멤버들이다. 방송에서 솔직한 가사뿐 아니라 개성있는 외모와 스타일로도 주목받았다.
스스로 "홍익대앞 인디신에서 가장 못생긴 사람들이 모였다"고 자학한 뒤 "다섯 멤버가 동방신기처럼 잘생겼다면 B급 발언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 못생긴 외모로 이런 말들을 하니 반감이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 이래 봬도 10년차 실력파 뮤지션
재밌는 가사와 퍼포먼스 탓에 오락성이 부각됐지만, 실은 멤버 각자가 10년 이상 음악을 해온 실력파. 첫 회에서 심사위원 유영석은 "음악도 노래도 잘한다. 이 정도 '질 낮음'은 유쾌함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높이 평가했다.
장미여관은 "사람들이 코믹하다고만 생각할 수 있는데, 음악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금도 낮에는 합주, 밤에는 개인 연습 등 하루종일 음악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꾸준히 음악을 하기까지 어려움이 따랐다고 고백했다. 다른 인디 밴드들처럼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던 멤버도 있었고, 여자친구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 멤버도 있었다. "언제 정신 차릴래"라는 식으로 말하는 주위 사람들의 편견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한 길을 걸어왔다는 이들은 "앞으로도 즐겁게 음악을 하는 게 소망"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