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재활용'은 참으로 끝이 없다. 언제나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할리우드에선 더욱 그렇다.
흑단같은 머리와 눈처럼 하얀 피부, 앵두같은 입술을 자랑하며 왕자의 구원만을 기다리던 '백설공주'가 원작 탄생 200주년을 맞아 숲속 도적 떼로 전락한 일곱 난쟁이와 손잡더니, 이번엔 장검을 휘두르는 전사로 변신한다. 31일 개봉될 '스노우 화이트 앤 헌츠맨'에서다.
절대악의 힘으로 어둠의 왕국을 지배하는 이블 퀸(샤를리즈 테론)은 자신을 능가할 호적수가 어둠의 숲으로 사라진 스노우 화이트(크리스틴 스튜어트)란 사실을 예언으로 전해들은 뒤 살해를 결심한다.
자신을 좌지우지하는 이블 퀸으로부터 스노우 화이트의 제거를 지시받은 방랑 전사 헌츠맨(크리스 햄스워스)은 이블 퀸에 맞설 존재가 스노우 화이트뿐임을 알게 되고, 스노우 화이트와 한 배를 탄다.
마침내 스노우 화이트는 헌츠맨과 강인한 드워프 족, 정령들의 도움을 받아 이블 퀸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오랫동안 익숙한 백설공주 대신 굳이 스노우 화이트로 주인공의 이름을 정한 것부터 차별화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달초 먼저 공개됐던 줄리아 로버츠·릴리 콜린즈 주연의 '백설공주'와 비교를 피할 수 없는 처지인데, 뚜껑을 열어보면 뿌리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영화란 걸 실감하게 된다.
앞서 '백설공주'가 유쾌한 가족용 코미디였다면, '스노우…'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다. 마법이 난무하고 괴물이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며, 장쾌한 액션 장면으로 도배된다.
캐릭터들은 장르에 걸맞게 용감해지고 무서워졌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두 남자 사이를 오가는 데만 집중해 '밀당녀'란 지적 아닌 지적을 받았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작심하고 전사로 나서며, 샤를리즈 테론은 원작에서의 사악한 개성을 극대화해 보고만 있어도 냉기가 흐른다.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원하고 극장에 들어서면 살짝 당황할 법 하다. 판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고유의 보는 재미는 충만하므로 스트레스 해소엔 그만일 듯싶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