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하녀'에 이어 '돈의 맛'으로 다시 칸 황금종려상에 도전했던 임상수 감독은 영화제 기간 내내 현지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대기업의 투자·배급사들이 재벌을 비판한 줄거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자를 외면했다"며 몇몇 특정 재벌을 실명으로 언급하는가 하면,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앞으론 백인을 공격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등 화제를 뿌렸다. 27일(현지시간) 수상 불발이 확정된 뒤에도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 넘치는 자신감과 브레이크 없는 언변은 여전했다.
- 이번에는 수상을 강력히 원했는데 아쉬울 듯 싶다.
수상만 빼고 당초 목표를 다 이뤘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도 초청장을 받았는데, 내부 회의에서 장편 경쟁이 아니더라도 칸에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정도면 훌륭한 결과다.
- 수상 실패를 예감했는지 궁금하다.
공식 스크리닝이 끝나고 티에리 프리모 칸 집행위원장과 밥을 먹었다. 심사위원단도 있는 자리였는데, 먼저 일어서겠다고 말했더니 (프리모 집행위원장이) "그러라"며 다소 차갑게 대했다. 주위를 의식해 일부러 그런 줄 알았지만, 오늘(27일) 결과로 퍼즐이 맞춰졌다.
- 받아들이는 이곳 반응은 어떠했나.
호주 기자는 샐러리맨인 주인공 영작(김강우)이 노예라고 하더라. 또 해외 이주 노동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와 정서가 다르더라. 한 마디로 로컬하다고 판단하는 것같았다. 솔직히 이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백금옥(윤여정)과 김강우의 정사인 이후부터는 괜찮은데 앞부분은 탁월하지 않은 것같아서다.
- 다음 영화로 백인을 공격하는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좀 더 부드럽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하하하. 난 1000만 관객을 불러들이고 황금종려상을 받고 싶어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뿐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상을 탔으면 '칸 효과'란 게 있어 차기작을 연출하기가 수월했을텐데 조금 아쉬운 점은 있다. 프리모 집행위원장이 아닌, 한국 대중을 위해 계속 영화를 만들 것이다. 물론 고향에서 원했던 사랑을 못 받으므로 상 받으면 알아주려나, 하는 마음은 있다. /칸=탁진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