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AM 이창민(26)은 난생 처음 새내기 뮤지컬 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와중에도 긴장한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전 출연자가 처음 모이는 대본 연습을 앞두고, 일 년에 두어 번 걸릴까 말까 하는 감기로 목이 잔뜩 쉬었는데도 걱정하는 내색은 커녕 "무대에서 아프면 사고다. 지금 아픈 것은 오히려 '앞으로 아프지 말자'는 교훈이 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벌써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친 듯 했다.
#물불 안가리는 캐릭터…'창미셸' 별명 얻어
데뷔 2년째로 넘어가던 시기에 뮤지컬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그러나 팀 활동에 해외 스케줄까지 병행하면서 연습을 소화할 자신이 없었다.
노래 잘 하는 아이돌로 인정받는 것도 부담이었다. '네가 뮤지컬을 한다고? 그래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시선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개인 활동이 가능한 시점과 맞물려 '라카지' 섭외가 들어왔다. 평소 그를 눈여겨보던 이지나 연출가의 호출이었다.
"유쾌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 선택했어요.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땐 동성애 부부 중 한 명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들 장미셸이었죠.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부모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몸 좋고 매력적인 동성애자 연기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연기할 캐릭터는 게이 부부 앨빈과 조지의 아들로, 보수주의 정치인의 딸인 앤과의 폭탄 결혼선언을 해 가족을 혼란에 빠뜨린다. 무대 연기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하는 팬들은 실제와 배역의 이름을 합친 '창미셸'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부모가 모두 남자인 가정에서 자란 청년이지만, 서로 아끼는 마음은 여느 가족과 다를 바가 없어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제 또래 남자애고요. 관객들이 제가 표현하는 장미셸을 보고 '버릇 없는 녀석인데 이상하게 호감가네'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팬들이요? 아마 '아이구~ 우리 가수 잘하네'하면서 엄마 미소를 보내지 않을까요? 하하하"
#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아…실력으로 말할 것"
출연을 결심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앞서 드라마와 시트콤을 통해 연기 경험을 쌓은 2AM의 멤버들은 시선 처리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같은 소속사 식구로 뮤지컬에 출연한 적이 있는 임정희와 에이트 이현은 "잘 하는 녀석이 엄살을 부린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버지는 "평생 직업을 찾았다"며 대단히 기뻐했다. 아들의 '연예 수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한 몫 했다.
"사실 군대도 다녀왔고 나이도 아주 어리지는 않아 아이돌로 불리기에는 어색한 감이 있어요. 샤방샤방한 이미지도 없고요. 팀원들한테 업혀가고 있죠. 저는 한 게 별로 없는데 주변에서 실력파 아이돌이라고 믿어주시니 늘 감사해요."
한편, 아이돌이 프로 뮤지컬 무대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는 "무대에서는 실력으로 말한다. 아이돌이기 때문에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지나 선생님도 지난해 창작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연출하면서 비스트 양요섭을 보고 아이돌 뮤지컬 배우에 호감을 갖게 되셨어요. 제게도 이번 뮤지컬을 하면서 '창민아 기대한다. 표 안 팔리면 두고 보자'라며 농담처럼 믿어주는 말씀을 하셨고요.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를 욕하는 분이 있다면 부족한 사람을 봤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게 아이돌 뮤지컬 배우를 통틀어 욕할 수 있는 잣대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배우나 아이돌 가수의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겠다며 포부를 밝히는 그의 표정이 그 어느때보다 밝았다.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