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조계종 승려들의 도박, 룸싸롱 출입 파문)은 일부 승려들의 잘못된 행동이다. 덮어져 있었다면 계속 될 수 있었던 문제들이 드러나 곪았던 상처들이 치유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법륜스님. SBS TV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한국교회가 공공성 회복을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교회 재정의 투명성이다. 이 땅에 살아가는 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목회자도 기본적으로 납세의 의무를 져야 한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종교계에 자정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룸싸롱 출입, 성추행, 도박, 횡령 등 종교인들의 일탈이 잇따르자 '종교가 세상을 위무한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종교계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질이 부족한 종교인들을 솎아내지 않고 방치했다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자정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다.
29일 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형법·특별법 위반 사범 중 직업 종교인은 2007년 4413건, 2008년 5123건, 2009년 5409건, 2010년 680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범죄 유형은 전체 범죄의 20%가 폭력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금욕적인 종교인에게 치명적인 강간범죄도 2007년 43건에서 2008년 59건, 2009년 71건, 2010년 94건 발생했다.
특히 지난 27일에는 순복음교회 장로로 구성된 교회 의혹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조용기 목사와 가족이 순복음교회에 수백억 원 대의 손실을 끼쳤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스리랑카인을 대상으로 선교를 가장한 비자 장사를 한 목사 사건이나 여자 초등생을 강제 추행한 목사가 징역 5년, 정보공개 5년의 중형이 선고된 사건 등 기독교계가 파렴치한 범죄로 몸살을 알고 있다.
불교계도 이달 초 일부 승려들의 도박 사건과 룸싸롱 출입 파문이 폭로되면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 기독교계 자발적 납세 움직임
종교계 일탈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기독교계는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미 건강한 교회에서는 예·결산 내역을 공개, 의사결정구조를 일반 신도들에게도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더 나아가 교계 공동재무제표를 도입해 표준 결산제도를 확립하자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또 개인의 구원이나 선교에 지나치게 매몰된 교계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내적 안정을 찾고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교회의 본질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불교계 일부 승려에 집중된 권한 분산 추진
불교계는 일부 승려에게 집중된 권한을 내려놓는 방법을 대안으로 내놨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지난해 결성한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를 재가동, 지난 22일 회의를 통해 종단 출가자는 수행과 교화에 전담하고 재가자는 사찰 운영과 신행을 담당하는 체계를 수립한다는 종단 기본운영 방향과 원칙을 제안했다. 다음달 초 구체적인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청정성 회복과 정법구현을 위한 4부대중연대회의도 총무원·본사 주지 등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불교계 내 계파 해체, 4부대중이 참여하는 사찰공동체 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태현 일치협력국장은 "교회가 커지고 사회가 복집해지다보니 교회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지켜졌던 교회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며 "교회개혁은 내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 겉으로 표가 잘 안나지만 자정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 스님도 "현 사태를 전화위복의 진정한 쇄신을 단행할 호기로 삼아 종단은 공심으로 철저히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