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해 11월 경기도 이천의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박모(54)씨는 2.1m 높이의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사망했다. 지상 2층 규모의 근린시설 신축공사에 투입된 박씨는 건물 외부의 높은 곳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에서 추락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임시 가설물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높이가 2m 이상인 작업 현장이지만 최소 40cm 폭의 작업 발판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2.같은 달 경기도 양평의 상가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강모(43)씨가 건물 옥상 작업을 위해 아랫층으로 뚤어놓은 개구부에서 발을 헛디뎌 지상 1층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던 이날 강씨는 개구부를 덮어놓은 합판의 벽돌을 치우다 변을 당했다. 강씨가 떨어진 높이는 1.7m밖에 안됐지만 위험한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가 화를 입었다. 그는 추락하는 순간 몸의 균형을 잃었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결국 뇌진탕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처럼 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은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추락에 따른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1년 산재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건설현장에서 사고성 사망재해를 입은 근로자는 모두 577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11명이 추락사했다.
소규모 건설현장은 특히 안전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근로자 스스로 안전의식이 낮기 때문에 추락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공사대금 20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추락으로 인한 사망하고는 전체 건설업 추락재해 사망사고의 61.7%를 차지해 192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를 수치화하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주택 공사와 상가 개·보수 공사현장에서 이틀에 한 명꼴로 추락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한 셈이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공사대금이 적은 소규모 건설업체가 소위 '남는'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이하 산안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규모 건설현장은 중대 규모 건설현장에 비해 공사기간이 짧고 근로자의 근속기간도 3개월 미만으로 짧다. 실상이 이렇다 보니 기본적인 인건비 외에 비용이 들어가는 안전설비 설치율, 안전보호구 지급률, 산업안전보건 교육 이수율은 지극히 낮은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건설현장 근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전모, 안전화, 안전대 등 3대 기초 산업 안전 보호구 수급 경험에 대해 소규모 건설현장에 해당되는 연립·다가구 ·개인주택 현장에서 '지급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각각 30.0%, 51.6%, 56.7%로 나타났다. 이는 중대 규모 현장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안전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안전교육을 '받아 본 적 없다'고 응답했다. 또
소규모 현장에서 51.6%가 '안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근로자의 안이한 안전의식 또한 추락재해를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사망으로 이어지는 떨어짐의 대부분은 안전보호구 착용으로 예방할 수 있지만, 눈앞에 위험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사고와 근로자 스스로 현장 베테랑이라 생각하는 자만심이 소규모 건설현장에서의 악재를 부른다.
◆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의 1.8m=일반적으로 1.8미터 높이에서 추락할 때 근로자가 받게 되는 충격은 자기 체중의 10배 이상이다. 이에 따라 1층도 되지 않는 1.8m 높이에서 떨어져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사망할 수 있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추락재해를 보면 1층 높이도 되지 않는 3미터 미만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전체 추락재해의 70% 가량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소규모 건설현장의 추락사를 막기 위해서는 높이에 관계없이 안전예방을 위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미국의 경우 건설현장 근로자의 추락을 막기 위해 안전대 및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하고, 고소 작업의 기준 높이를 1.8m로 해 추락재해 예방 조치를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한 연구원은 "대부부의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채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추락재해에 대처하는 하는 것은 안전장비 없이 번지점프를 하는 것과 같을 정도"라고 비유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소규모 건설사들은 적은 공사비 때문에 안전시설 및 안전장비 마련을 꺼리고 있지만 그보다도 추락재해에 따른 인명피해의 경제적 소실이 더 크다는 점을 인식해 근로자들은 안전모, 안전대, 안정화 등 보호장구 착용을 통한 안전의식 생활화로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