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이것은 독버섯이야!"
아버지가 버섯 하나를 가리키며 아들에게 말했다. 독버섯으로 지목된 버섯은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그러자 동료 버섯은 그를 위로하며 '사람들의 논리에 따르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식탁에 오를 수 없다고 버섯 고유의 가치가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가 '자기 이유'를 가지라며 인용한 이 동화는 개인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저마다 잘하는 것이 있고 해야 할 역할이 있으므로 남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이유에 따라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게 신 교수의 메시지다.
인간에게 필요한 몇 가지 곡물과 채소 등 주요작물과 육류를 위한 가축 몇 종류만 있으면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곡식과 고기 역시 모두 자연생태계에서 골라져 육종된 것이다. 생물다양성이 없다면 처음부터 쌀이나 밀 같은 작물도, 소나 돼지 같은 가축도 없었을 것이다. 앞서 독버섯이라 불렸던 버섯도 생태계의 분해자로서 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천연약물 대부분도 식물과 곰팡이 같은 생물에서 나온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인정한 유일한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중국 토착식물인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었다. '로지 페리윙클'이라는 열대우림 식물에서 얻은 '빈크리스틴'과 '빈블라스틴'이라는 물질은 백혈병 환자 치료율을 높였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 중 하나인 아스피린은 '아세틸살리실산'이라는 물질로 만드는데 이 물질은 버드나무류 껍질과 서양 조팝나무에 들어 있다.
결국 다양한 생물을 보존하는 게 인간에게도 유리하다. 지금 멸종 위기에 있는 종이 언제 어떻게 필요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숙련되고 훌륭한 유전학자라도 4억 년 동안 식물과 동물이 진화하면서 생겨난 다양성을 다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