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를 욕하지 말고 차라리 내 매미(엄마), 애비를 욕해라." 일명 '패드립(패륜적 애드립)' 카페에 올라온 글.
"김정일·김정은을 '개XX'라고 할 수 있으면 종북세력이 아니다." 26일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전원책 변호사.
네티즌은 물론 이른바 배웠다는 지도층까지 이같이 험하고 폭력적인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우리 사회현실에 대한 개탄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욕을 잘하는 것이 '능력'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부모를 욕설의 대상으로 삼아 장난하는 '패드립'까지 유행하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어폭력 유통경로'로 불리는 인터넷·학교·군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언어순화 운동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언어 바르게 쓰기 계획을 수립하고 조례 제정, 공공용어 순화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을 펼친다고 31일 밝혔다. 우선 6월부터 지하철 역사와 차량 내에 붙어 있는 안내문과 안내방송 등에서 인격비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잡상인'을 '이동상인'이라는 용어로 바꿀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잡상인은 사회통념상 비하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아 바꾸기로 했다"며 "대중교통 분야를 공공언어 개선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험하고 거친 용어를 계속 순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던 군대도 변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군인을 비하하는 '군바리'나 인식표를 뜻하는 '개목걸이', 후임병을 지칭하는 '쫄다구' 등 비속어는 물론 '야마돈다(화난다)' '구라치다(거짓말하다)' '따까리(당번병)' 등과 같은 일본색이 짙은 용어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특히 이런 용어를 쓰다 적발되면 언어폭력으로 분류해 군기위반으로 처벌하고 휴가도 제한할 방침이다. 더 나아가 국방부는 올바른 군대언어 정착을 위한 구어(口語) 교육프로그램을 서울대에 연구 용역을 의뢰해 개발 중이다.
학교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교육계도 언어순화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서울 상원중학교 등은 욕의 뜻을 풀이한 학습지를 나눠주고 교사가 단어 하나하나 의미를 설명하는 수업을 통해 언어폭력을 크게 줄였다. 서울 경희여중 등은 학생들이 직접 비속어·순화어 사전을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부모들이 나서 자녀들의 언어폭력을 막을 있는 서비스도 나왔다. 블랙스톤이 최근 선보인 '모바일 가디언'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어나는 언어폭력을 감지해 부모에게 자동 통보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자녀의 휴대전화에 '맞을래' '죽을래' 등 폭력적 단어, 비속어(욕설), 은어 등이 문자가 도착하면 즉시 부모 휴대전화로 알려준다.
이영해 한양대 교수는 "최근 변호사·작가·교수 등 좋은 말을 지켜야 할 지식인들이 거꾸로 언어폭력을 주도하면서 욕설 문화가 점점 만연하고 있다"며 "거친 언어가 더 이상 우리사회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지자체·군대·학교 등에서 벌이고 있는 언어 순화 운동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국명기자 km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