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주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건축학개론'의 뒤를 이어 올 상반기 최고의 국내 흥행작으로 발돋움중이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내 아내…'는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전국에서 39만7472명을 불러모아, 상영 17일만에 전국관객 250만(262만261명) 고지를 훌쩍 뛰어넘었다.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맨 인 블랙 2'(41만1890명)보다 불과 2만여명 뒤지는 수치로, 지난달 17일 개봉 이후 꾸준한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 건축학개론 기록 4일 앞당겨
250만명 도달까지 걸린 기간으로 보면 '건축학개론'보다 나흘, 지난해 5월 개봉작으로 전국 730만 관객을 동원한 '써니'보다 무려 19일이나 빠르다.
개봉 첫 주말에는 부동의 1위였던 '어벤져스'를 3만여명 차이로 제치며 흥행 1위로 순위에 진입했고, 둘째 주말에는 '맨 인 블랙 3'에 40여만명 차이로 뒤지며 한 계단 내려앉았지만, 3주째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차이를 줄인 게 이채롭다. 장기 흥행이 기대되는 이유다.
▶ 입소문 타고 장기흥행 '청신호'
앞서 '건축학개론'이 첫사랑을 다룬 내용으로 평소 극장 나들이에 인색했던 30대 중후반 이상의 남성 관객들을 끌어들였다면, '내 아내…'는대박 흥행의 열쇠를 쥔 주부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도 순항을 예견하게 한다. "동네 학부모들로부터 재미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가한 평일 오전에 관람했다"는 주부 이강주(40) 씨는 "부조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독설을 내뱉는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통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부담없이 와 닿았다"고 밝혔다.
홍보를 맡은 퍼스트룩은 "'색, 계'나 '맘마미아'의 사례로 알 수 있듯이, 30대 중반 이상의 주부 관객들이 찾기 시작하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입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평일 예매율이 상승하는 등 흥행 성공의 청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 배우들 신들린 듯한 열연
임수정과 이선균의 실감나는 '보통 부부' 연기와 최강의 카사노바로 힘을 보탠 류승룡의 느끼하면서도 유쾌한 변신이 로맨틱 코미디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는 평가다.
한 시나리오 작가는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눈길을 끌 만한 이색적인 내용과 리얼리티, 따뜻하고 보편적인 정서적 결말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므로 관객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기가 의외로 어렵다"며 "'내 아내…'는 다소 평이한 마지막이 아쉽긴 하지만, 배우들이 제 몫을 다 하며 최상의 재미를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