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26)을 만나기 전 시니컬한 반항아를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사려 깊고 진중한 이 청년은, SBS '패션왕'의 종영소감으로 "만족했다"며 홀가분하게 웃은 뒤 그간의 속내를 풀어놨다.
강영걸
치졸하고 세속적인 캐릭터지만 내 눈에는 안쓰럽고 귀엽다. '성균관스캔들'의 걸오로 사랑을 받았으니 뒤통수를 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정재혁(이제훈) 캐릭터가 탐났냐고? 남의 배역이 탐날 때도 있지만 이번엔 영걸의 찌질함이 무척 좋았다.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만이 배우의 역할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치면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는 작품이 아니다.
배우는 사랑 받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예쁘게 보여서 광고 몇 편 더 찍는 것 보다 연기자로서 의미 있는 도전이 중요하다. 이번 캐릭터 선택은 나다운 결정이었다.
패션왕 VS 발리에서 생긴 일
내러티브는 비슷할지언정 스토리는 다르다. 사실 그 X의 삼각관계는 늘 똑같다. 나 역시 영걸이가 갑자기 사랑에 빠지는 등 일부 장면에선 억지스러움을 느꼈지만, 어떻게든 이해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라 생각했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 '패션을 통해 시대상을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했는데, 패션은 (드라마로 풀어내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시청자들도 화려함이 적어 실망했을 거다. 비에 젖어 구질구질한 모습만 많이 나왔으니까. 사실 우리 드라마는 패션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웠다.
아웃사이더
4~5년 전만 해도 내 기사의 모든 제목은 '아웃사이더'로 시작했다. 유아인이라는 사람이 아웃사이더로서 메인스트림에 있기 때문에, '패션왕'같은 주류 드라마에서 '영걸'같은 비주류 인물도 연기할 수 있지 않았겠나.
앞으로도 비주류에 묶여있는 것들을 최대한 주류로 끌어 올 생각이다. 배우를 하는 이유도 연기로서 사람들의 인식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왜 20대는 정치에 관심 없지"라는 물음이 생기면 그걸 실천에 옮길 수 있다. 그런 믿음 자체가 건방져 보이지만, 내 인지도와 사람들의 관심으로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
차기작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곽경택 감독님이 러브콜을 보내셨다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감사하다. 되든 안 되든 내 색깔 유지하고 사니까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
다음 작품에서는 사투리 연기를 하고 싶다. 대구 출신이니 경상도 사투리는 자신 있다. 예능 출연? 말은 잘 하지만 재미는 없는데…. 나 같은 사람을 원하면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짜를 가지고 진짜인 척 쇼하기는 싫다. 몇몇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만 봐도 설정인 게 티난다.
트위터
배우는 사람들의 시선에 가장 민감한 직업이다. 나도 '이 글을 쓰면 얼마나 물어 뜯길지' 잘 안다.
그러나 의견이 있고 표현의 창구가 있는데도 입을 닫고 사는 건 아니다. 물론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마음을 닫은 사람에게는 허세로 보였을 거다. 몇 년 동안 그런 선입견에 맞서다보니 이젠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해졌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장하는 중이고 내 의견에 무조건 박수 쳐주는 것 역시 경계하고 있다. 지금 가장 관심 있는 분야? 노코멘트 하겠다.
작가 유아인
내 글의 해석본을 내고 싶다는 곳도 있었고 여행책을 내자는 제의도 받았었다. 에세이집 발매가 확정됐다는 건 오보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처음 글을 썼던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유아인이라는 이름에 기대지 않는 책을 만들기 위해 필명으로 출간할 수도 있다. 출판사에서 싫어해도 어쩔 수 없다. 추후에 밝히더라도 연예인 누가 쓴 책이라면서 광고하진 않을 것이다. 사진 제공/스타케이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