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레슬링 시즌'은 청소년 연극을 표방하고 고등학생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레슬링 형식을 도입해 역동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극을 전개한다. 한 고등학교의 레슬링 부원들이 오해하고 갈등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무대는 레슬링 매트가 깔린 경기장이다. 관객들 역시 경기장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도록 좌석이 배치돼 있다.
경기와 연습 과정이 중요하게 그려진다. 그뿐만 아니라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들과 오해에 휩싸인 친구들이 심판에 의해 호명되고 하나의 경기처럼 펼쳐진다.
레슬링부의 절친인 민기(안병찬)와 강석(이형훈)은 같이 연습하고 공부한다. 이들과 경쟁 상대에 있는 기태와 영필은 이들이 게이라는 소문을 내고, 이 소문으로 강석은 민기를 피하고 둘 사이는 소원해진다.
소진은 민기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 소문을 잠재우라고 충고한다. 민기는 학교에서 노는 학생으로 유명한 주아(심연화)와 사귄다.
극중에서 반복되는 대사 '넌 나를 알고 있는 것 같겠지만, 나를 몰라"처럼 이들은 서로에 대해 잘못된 오해와 풍문으로 상대에게 낙인 찍기를 하고 상처를 준다.
이 작품은 왕따 문제와 지나친 경쟁 관계, 진학에 대한 부담감 등 청소년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담고 있으면서도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사랑과 우정, 소문과 진실이 한바탕 매트 위에서 뒹굴고 극은 마무리되지만 공연이 끝난 것은 아니다. 심판의 진행으로 작품 속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관객들과 캐릭터들이 동의하고 반박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다 보면 작품의 함의는 더욱 풍성해진다.
청소년 연극이고 그들의 고민을 다루고 있지만 성인들에게도 생각거리를 남긴다. 그것도 레슬링이란 종목의 특성처럼 경쾌하고 에너지 넘치게 말이다. 진지한 고민을 이토록 유쾌하게 안고 돌아가기도 쉽지 않을 듯 하다. 10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