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56) 전 대통령 실장이 구태의연한 정치의 단단한 틀을 깨기 위해 최근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정치인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킹 메이커' 역할을 주문해 파문을 일으킨 그는 지역·정파·이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 '생활정치'의 깃발을 치켜올렸다. 임 전 실장을 지난 4일 메트로신문 본사에서 만났다.
▶최근 진행 중인 '정면돌파, 리빌딩 코리아' 민생탐방 투어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호남이건 영남이건 가는 곳마다 "구태정치로는 안된다, 새정치가 필요하다"며 손을 잡아주는 국민들이 많다. 각 지역에서 만나는 택시운전사들로부터는 "이젠 서민들을 챙기라"는 준엄한 꾸짖음을 듣기도 했다. 투사가 판을 치는 싸움의 정치로는 더 이상 국민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지도자상)에 대한 고민과도 맞닿아 있을 듯 싶다.
▶▶이젠 합리와 상식, 균형감각이 통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누가 더 잘하느냐를 놓고 정치인들이 승부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생활정치다. 실제로 가정·회사·지역 등이 고루 발전할 수 있는 정치를 한다면 소모적인 싸움 정치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국민들의 지지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의 승부처가 일자리 문제 해결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내면서 우리 국민들이 일자리 때문에 얼마나 좌절하고 있는 지를 직접 목격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이 40년여 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차근차근 설계하려고 한다. 신입과 실버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1,2 라운드로 나눠 접근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베이비부머를 비롯한 실버세대들이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영세자영업, 대학생 창업 등의 상담·조언 서비스 일자리를 크게 늘리면 2라운드 일자리 문제가 상당부분 사라진다. 크게 늘어난 2라운드 시장으로 많은 경력직들이 옮겨가면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1라운드 일자리도 덩달아 늘어나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대세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근 소위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과는 달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경선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게 사실이다. 대선후보 경선까지 국민들의 외면 속에 치러지면 필패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역대선거에서 대세론이 제기되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으며 또 대세론이 끝까지 유지된 적도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세론은 언제든지 대안론으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본선을 이기기 위한 예비게임인 후보경선은 반드시 개방형 경선으로 치러야 한다.
▶대선후보로서 자신만의 강점을 소개해달라.
▶▶기성 정치구도에 신세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정치적 빚이 적은 만큼 합리적으로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다. '정도를 걸은 정치인 임태희, 마키아벨리스트를 무릎 꿇게 하다'라는 묘비명까지 만들었다.(웃음)
▶MB정권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 당사자로써 MB정부의 공과를 말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는 나아졌다고 하는데 서민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이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 때문에 실망감이 많다는 점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MB정부가) 정책의 씨앗은 뿌렸으나 싹 틔우게 하는 것이 부족했다. 민심 바닥에서부터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임 후보가 생각하는 변화와 쇄신은 무엇인가.
▶▶지난 40년간 대한민국은 싸움의 정치, 한풀이 정치를 해왔다. 영호남은 물론 기업, 정부, 공무원까지 내편이 아니면 적으로 나눠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를 줘왔다. 이 때문에 폭넓은 보수·진보를 국내 정치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래서는 스마트하게 앞서가는 국민들의 요구를 따라가기 힘들다. 이런 뿌리 깊은 갈등구조부터 풀어야 한다. 정치에서부터 불합리한 갈등구조를 깬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상임고문, 정세균 민주당 전 대표 등 야당의 잠룡들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문재인 상임고문에게는 개인적으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서로 포지션이 다르지만 합리적이고 균형감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세균 전 대표도 모든 문제를 합리적이고 균형감각 있게 풀어나가 대화가 통한다.
▶20~40대가 많은 메트로 신문 독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공약이 있다면.
▶▶K팝 열풍에서 보듯이 문화·여술·스포츠는 이미 우리 국민들의 삶과 즐거움을 좌지우지하는 산업으로 커졌다. 이제는 제조업만 지원하는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문화산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투자를 통해 투자를 일으키는 '마중물 정책'을 제안한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최근 이슈가 되는 남북관계도 실용 접근으로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산치수(治山治水)나 경제협력 등의 문제부터 차근차근 교류해 나가면 동질성을 쉽게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담= 용원중 편집국장
정리=이국명 정치사회팀장 kmlee@metroseoul.co.kr
사진= 도정환기자 dor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