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28)은 요즘 명실상부한 '대세남'이다.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건축학개론'과 SBS 드라마 '패션왕'의 성공으로 쏟아지는 시나리오에 정신이 없다는 그는 "길에서 내 이름을 부르며 알아봐주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면서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팔색조 매력 지녔다" 칭찬
독립영화 '파수꾼'에서 우정을 갈망하던 고등학생 기태로, '건축학개론'에선 풋풋한 첫사랑에 웃고 우는 승민으로 각각 출연했다. '패션왕'의 재벌 2세 재혁까지 각기 다른 캐릭터를 유연하게 넘나들었다.
자신의 외모를 미남은 아니지만 점점 괜찮아질 얼굴이라고 평한 그는 '괴물 신인' '팔색조 연기자'란 칭찬에"기분이 좋고, 더 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면서 "나에 대한 칭찬보다는 10~20년 후 사람들이 좋은 작품으로 기억해주는 게 더 기쁠 것 같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 연기 비결? 진심은 통한다
연기 비결같은 건 따로 없다. 작품 속 인물로 진심을 전하려 애쓰는 게 전부다. 촬영이 없을 때도 캐릭터처럼 걷고 행동한다.
영화속 승민은 첫사랑을 했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소심하고 행동 하나에도 조심스러웠던 감정 그대로를 담아냈다.
반면 겉으론 차가우면서도 뭔가를 빼앗고 싶은 열정과 욕망으로 가득했던 드라마속 재혁은 고뇌하고 탄식하는 연기가 매우 힘들었다. 처음엔 캐릭터의 당위성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에 젖어들었다.
극 중 라이벌 영걸(유아인)이 갑작스럽게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해 논란이 됐던 결말에 대해서는 "편집된 장면이 많아 시청자들에게 과정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 조금 아쉽다"고 분석했다.
# 실제 성격은 진지한 편
실제 성격은 진지한 편이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반듯해 잘 자란 청년같다. 그래서 연예계 친구도 별로 없단다. "신중하지만 친구들과 있을 땐 개구쟁이처럼 천진한 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연애 스타일은 승민과 재혁의 중간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겐 조심스럽다.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면 참지 못하고 솔직하게 다가간다"고 수줍어했다.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신세경과 소녀시대 유리 중 누가 이상형에 가깝냐는 짓궂은 질문에는 "두 친구 모두 매력있고 예쁘다. 한 명만 고르기 곤란하다"고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 이번엔 코믹한 퇴마사 변신
지금처럼 주목받기까지 남모를 고뇌와 연기 열정이 있었다. 고려대 생명정보공학과를 다니던 '엄친아'였지만, 중퇴하고 200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입학했다.
"처음 연기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큰 반대는 없었어요. 그보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과 다른 길을 걸으면서 사람 구실 못하고 살까, 혹은 스스로 패배감에 젖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크셨죠. 저 역시 두려움이 있었지만, 연기 열정을 누를 수 없었어요. 지금은 가족이 많이 좋아해요."
여름 개봉 예정인 차기작 '점쟁이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점쟁이들이 모여 풀어간다는 설정의 코믹 호러 영화로, 천재적인 두뇌와 매력적인 모습을 지닌 퇴마사 석현을 연기한다. "이번엔 코믹한 모습을 보여줄테니 기대해달라"며 눈을 빛냈다.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