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부교수가 환자와 함께 태블릿PC를 보며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월 학회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던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부교수는 한국으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3년 전부터 이 병원에서 소아간질 치료를 받아왔던 박은서(11·가명) 양이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응급실로 실려 왔다는 연락이었다. 황 교수는 서둘러 태블릿PC를 켜고 박 양의 양전자단층촬영(PET) 사진과 전공의들의 뇌파 검사 결과를 살펴본 후 바로 처방을 내렸다. 기존에 1시간 가까이 국제 전화를 매달려야 했던 상황이 불과 10여분 만에 끝난 셈이다. 덕분에 위험한 고비를 넘긴 박 양은 황 교수가 귀국하기도 전에 퇴원할 수 있었다.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마트한 원격진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출장 등으로 병원 밖에 있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진료지시를 내리는 것은 물론 환자들이 병상에서 의료진의 태블릿PC를 통해 진료 이전과 이후의 영상을 비교해 보는 것도 가능해졌다. 가상화·클라우드 서비스업체인 VM웨어 코리아가 구축한 클라우드 모바일 진료정보 시스템 덕분이다.
이달초 방문한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스마트 진료혁명이 한창이었다.
최근 클라우드 모바일 진료정보 시스템 도입을 완료하고 의료진에게 430여대의 태블릿PC를 지급한 덕분에 이 병원의 환자들은 병상에 편안히 누워 의료진의 태블릿PC를 통해 자신의 진료 영상을 직접 볼 수 있다. 진료기록을 보기 위해 병실 밖으로 나와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수술동의서도 병상에서 태블릿PC에 사인만 하면 된다.
한 환자는 "예전에는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기록을 의사만 보면서 설명해줘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이젠 태블릿 화면을 직접 짚어가며 알려줘 치료에 대한 신뢰감도 커지고 심리적 불안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병원이 클라우드 모바일 진료정보 시스템을 도입한 후 환자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병원 이미지, 의료진 신뢰도, 서비스 만족성 등에서 4.3점(5점만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의료진들도 이 시스템 도입을 반기고 있다.
30분 정도의 교육이면 의료진 누구나 쓸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이 직관적인데다 병원 외부에 있을 때도 급한 환자의 진료를 보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입원환자의 진료기록과 고해상도 사진도 손쉽게 찾아보고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 진료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퇴원 후 가정에서 케어를 받고 있는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의 경우도 무거운 종이차트 대신 태블릿만 들고 다니면 된다.
황 교수는 "의무정보 시스템을 연결하는 부분에서만 기존 테스크탑에 비해 속도가 1.5배 빨라졌다"며 "진단에서 진료까지 시간이 단축돼 환자들의 대기시간도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모바일 진료정보 시스템이란=의료진이 클라우드(cloud)로 표현되는 인터넷상 가상 서버에 등록된 환자의 진료기록과 사진 등을 태블릿PC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 볼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을 말한다. VM웨어 코리아가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해 강남·용인 세브란스 병원 등에 보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