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한국영화의 트렌드는 케이퍼 무비(기발한 범죄 모의 과정과 행각을 다룬 영화)가 아닌가 싶다.
21일엔 한 여자가 500억 원의 마약 사건에 빠져드는 '미쓰GO'가 공개되고, 다음달엔 다이아몬드를 훔치려는 10인 도둑들을 다룬 '도둑들'이, 8월엔 조선 시대 석빙고의 얼음을 훔치려는 도둑들의 이야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차례로 개봉되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 가운데 가장 먼저 베일을 벗은 '미쓰GO'는 극심한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소심녀 천수로(고현정)가 우연히 두 폭력조직과 경찰이 엮여 있는 500억 원짜리 마약 범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면서 지능적으로 그린다.
우선 재치와 재미 만점의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천수로가 자장면을 스마트폰의 목소리 녹음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는 것과 같은 아기자기한 설정은 재치 있고, 일명 빨간 구두(유해진)가 어판장에서 조직 패거리와 벌이는 격투 신은 난이도 높은 액션을 보여준다.
그런데 문제는 장면 하나하나를 떼놓고 보면 좋은데, 이어놓으니 이야기가 뚝뚝 끊어진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천수로를 중심으로 두 조직과 조직의 잠입 경찰, 비리 경찰팀, 비리 경찰팀의 잠입 경찰, 감찰 수사팀 등이 500억 원의 마약 거래로 엮이는데 그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또 드라마와 상관없이 각 인물들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코믹한 장면들은 중심 이야기의 흐름을 끊곤 한다. 천수로가 보트에서 빠지는 신이나 빨간 구두가 감금에서 풀려나는 신은 주변 배우들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연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도 기존의 낯익은 이미지와 정 반대로 연기한 고현정과 유해진은 나름 강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둘의 로맨스 신 열연은 보는 사람도 쑥스럽게 만든다. 부끄러워하는 유해진의 얼굴이 왜 이리 아른거리는지…. 15세 이상 관람가./이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