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해'를 맞아 스크린이 들썩이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를 소재로 하거나 정치적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올해 개봉을 목표로 속속 제작에 들어가고 있다. 12월 19일 치러질 18대 대통령 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계 및 정치권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일으키는 중이다.
만화가 강풀의 동명 웹툰을 스크린에 옮기는 '26년'은 외압 논란을 딛고 4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국가대표 사격선수, 조직폭력배,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펼치는 극비 프로젝트를 그린 작품이다.
진구·한혜진·임슬옹·변희봉 등이 출연하며 다음달 촬영에 돌입, 12월께 개봉될 예정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퍼스트레이디- 그녀에게'도 같은 시기 개봉을 위해 다음달 촬영에 들어간다. 여배우 한은정이 육영수 여사를 연기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임기 내내 대립각을 보수신문의 폐해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야만의 언론'은 8월 공개를 추진 중이다. 참여정부 출신인 김성재 전 청와대 행정관이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까지 보수신문이 보여준 왜곡보도의 실상을 유명인사와 일반시민 등 20여 명의 인터뷰로 파헤친다. 정연주 전 KBS 사장과 대선 후보로 나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배우 명계남 등이 증언에 나선다. 인터뷰 촬영을 80% 끝냈고, 현재 후반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정치 풍자 다큐멘터리 'MB의 추억'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 대선 운동 기간 중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을 꼼꼼하게 되짚는 작품으로, BBK 의혹을 제기하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 후보의 목소리도 담겼다. 김재환 감독은 올해 대선 전 일반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 현역 정치인도 다수 등장
육 여사의 장녀인 박근혜 의원은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이며, '야만…'과 'MB…'에는 여야 정치인들이 다수 등장한다.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대선 정국에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정치권 및 이해 당사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정치적 사건을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은 이전에도 제작과 개봉에 수난을 치렀다.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은 2005년 개봉 당시 선거 이슈와 관련이 없었음에도 일부분이 삭제된 채 상영됐다. 제작사 MK픽쳐스(현 명필름)는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와 3년간 법정 다툼을 벌였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영화가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관련된 것이라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정치 이슈라면 더욱 그렇다"며 "표현의 수위와 내용의 정확성, 정치적 태도에 있어서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가 선동 도구로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는 있지만, 요즘 같은 다매체 시대에 관객의 자정 능력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