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연기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축구스타 박주영(27·아스널)이 지난 13일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수많은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현역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박주영은 이 자리에서 병역 회피 논란으로 배신감을 느꼈을 국민과 축구팬들에게 사과했고, 이해와 배려를 부탁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박주영의 사과와 해명에도 그를 쉽게 용서하지 않는 분위기다. 편법은 아닐지라도 그는 병역 연기를 위해 지난해 8월 모나코 왕실로부터 10년 장기 체류권을 취득하는 '꼼수'를 부렸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후 온라인에는 "박주영이 35세 이전에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겠다고 말한 점에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빠져나가는 게 한국 군대의 실상이다"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인생의 황금기와 같은 20대에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다한 이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은 쉬 떨쳐지지 않는 것 같다.
박주영은 병역연기 허가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최강희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선수 선발 과정에서 그에게 '멍석'을 깔아줬지만 이 또한 거부했다. "대표로 선발되고 말고는 감독 고유 권한인데, 나서서 불러 달라는 식의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은 감독님에게 부담을 줄까 두려웠다"는 해명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기자회견을 마련한 것 역시 런던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기 위한 포석으로 비쳤던 게 사실이다. 아무튼 홍 감독은 런던 올림픽을 위해 '박주영 카드'가 필요했고, 이를 수락한 박주영은 뒤늦게나마 해명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제 박주영이 그를 사랑했던 축구팬에게 안겨준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대표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길밖에 없다. 또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국위를 선양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는 말 역시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약속 또한 이행해야 한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려 뱉어낸 허투른 말의 부메랑이 얼마나 매서운지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준 연예스포츠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