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20대 화가 김지희(28)가 수필집을 냈다. 화가가 책을 낸 게 대수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 화가가 김지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지희는 미술계의 '아이돌 스타'라 할 수 있다. 청작미술상, 일본 전일전 예술상 등에서 최연소로 수상한 실력파인데다 20대임에도 개인전을 6차례 연 '중견 아닌 중견'이기도 하다.
이화여대 동양화전공, 미술잡지 편집장, 칼럼니스트 등 이력서에 붙는 스펙 또한 화려하다. 여기에 오묘한 눈빛을 지닌 개성있는 외모까지 갖췄다.
화가임에도 적지 않은 팬을 몰고 다니는 이유다. 그의 잠재력을 발견한 화장품 브랜드 미샤는 그의 이름을 딴 제품을 한정판으로 출시,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에세이 작가 타이틀을 추가한 김지희를 한적하고 운치있는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금의 김지희를 만든 작품은 무엇인가.
'실드 스마일(Sealed Smile)'이라는 일종의 팝아트 작품이다. 현대인의 고독과 위선을 강조하기 위해 웃으면서도 우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자화상이다. 명품 브랜드의 선글라스를 쓰고 있으면서 치아 교정기를 하고 있는 탓에 대놓고 멋을 내기도, 고통을 표현하기도 어려운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뤘다.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달갑지 않다. 사실 나는 노력파다. 좋은 작품이 나올 때까지 곰처럼 미련하게 작업을 한다. 고교 시절 그림을 잘 그린다고 자부했던 나에게 선생님이 "그 실력으로 어떻게 예고에 왔느냐"고 나무란 적이 있다. 그 다음날 종이를 잔뜩 사서 등교해 이튿날 새벽까지 그림을 그렸다. 내가 봐도 괜찮은 작품이 나올 때까지 그리다보니 시간이 벌써 그렇게 갔더라.
-에세이집 '그림처럼 사는' '삶처럼 그린'을 낸 배경은.
화가가 되지 않았다면 글쓰는 작가가 됐을 것이다. 그림만큼 좋아했던 게 책읽기였고 글쓰기였다. 어릴때부터 책을 집요할 정도로 팠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같은 명작은 보통 2권씩 사서 한권은 필사용으로 나머지 한권은 독서용으로 사용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했고 다행히 대기업 사보 등에 글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신간은 지금까지 쓴 글을 모으고 정리한 것이다.
-과거를 들추는 글이 많다.
누구에게 조언을 하거나 작품을 설명할 그런 내공이 나에게는 없다. 다만 내가 걸어온 인생길에서 눈부셨던 순간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고생하고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하고 사라랑앓이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하늘나라에 보내고…. 10대 소녀와 20대 아가씨가 겪는 그런 순간들을 돌아보면서 생을 향한 설렘과 치유를 경험한다고나 할까.
-'열번을 태어나도 예술가로 살고 싶다'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지금도 하얀 종이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 '어떤 걸 그릴까'하는 두근거림이 나를 미치게 한다. 그래서 연애를 못하나보다. 가슴 설레게 하는 남자가 없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