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퀴어영화는 무겁거나 어두운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사회가 각 분야에서 열린 시각을 가졌다고 하지만, 동성애에 대해선 여전히 편치 않은 시선으로 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편한 시선을 잠시 접고 웃음으로 대할 수 있는 퀴어영화 한 편이 등장했다. 오래 전에 커밍아웃한 김조광수 감독의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은 퀴어영화이지만 유쾌 발랄한 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한다.

같은 병원 동료로 집안의 결혼 성화에 시달리는 게이 민수(김동윤)와 아이를 입양하고 싶은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이 위장 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다룬다.

특히 게이 커플의 만남과 사랑이나 실제 노래 모임인 지(G)-보이스 멤버의 대화들은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 후반부엔 우리 사회가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인다.

김조광수 감독은 자신이 직접 경험했거나 주변에서 벌어진 이야기로 이 영화의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실제 게이들이 사용하는 섹스 용어나 생활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극의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 커밍아웃을 망설이는 민수의 성장 드라마 성격도 띠기 때문에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만든다.

또 두 사람의 위장결혼을 통해 결혼 제도와 입양, 고부 갈등 등을 가벼운 터치로 긁어주는 것도 이 영화가 지닌 장점이다.

김동윤과 류현경은 일반 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동성애자를, 지-보이스 역의 조연들은 동성애 커뮤니티 내에서의 동성애자를 보여주는데, 대조되는 연기 스타일이 재미있게 조화를 이룬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만큼 동성애자들의 러브 신은 불편하지 않다. 발랄한 로맨틱코미디의 외양을 갖춘 퀴어영화가 상업영화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하다./이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