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여배우 박진주(24)는 개성이 뚜렷하다. 다람쥐를 연상시키는 외모에서 천진난만하면서도 당돌한 기운이 읽힌다. 지난해 '써니'의 욕쟁이 소녀로 출발해 공포영화 '두 개의 달'에서 호러 연기에 도전한 그는 "이 얼굴로 배우가 된 걸 보면 천운을 타고 태어난 것같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 탈진할 만큼 힘든 촬영의 연속
다음달 12일 개봉될 '두 개…'에선 낯선 집에 갇혀 정체불명의 존재들과 상대하는 여고생 인정을 연기했다. 비밀을 간직한 공포소설 작가 소희 역의 박한별, 정의로운 대학생 석호 역의 김지석과 호흡을 맞췄다.
생김새와 달리(?) 무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 탓에 처음엔 출연을 꺼렸다. 실제로 공포를 경험하기 위해 촬영장에서 홀로 밤을 보낼 생각도 했지만, 도저히 견뎌낼 자신이 없어 매니저의 만류를 핑계삼아 스스로 포기했다.
극단적 감정의 외적인 표현은 오히려 쉬웠다.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기가 매우 버거웠다. "함께 출연한 (박)한별 언니가 공포영화를 많이 경험해 자주 물어보곤 했죠. 그러나 연기는 제가 혼자 풀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파고들 수밖에 없었어요. 탈진할 만큼 힘든 촬영도 많았지만, 잘 이겨낸 제가 대견하답니다."
▶ 졸업후 대학로 무대로 뛰어들어
세 살 터울의 언니와 같이 자란 성장기는 비교적 평범했다. 남 앞에 나서길 좋아했던 성격만 빼고는.
둘째 딸의 적극적인 성격을 오랫동안 지켜본 부모님은 그가 연극영화과 진학을 결심하자 별다른 반대없이 허락했다고 한다.
몇몇 4년제 대학 연극영화과에 지원했으나 시원하게 미역국을 들이켜고 나서 서울예대 연기과로 진학했다. 이 곳에서 박진주는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됐다. "어렵게 차선책으로 간 서울예대였지만, 지나고 생각해보니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어요.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학풍이 제게 용기를 줬죠. 이 얼굴로 다른 연극영화과에 갔으면 예쁜 친구들에게 괜히 기가 죽어 지레 포기했을 지도 몰라요."
2010년 졸업과 함께 대학로로 직행했다. 창작 뮤지컬 '오후 2시 라디오를 켜세요'로 데뷔했고, 그해 '써니' 오디션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이후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과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 등으로 연기력을 닦았다.
▶ '욕쟁이 소녀' 꼬리표 기분 좋아
일천한 경력에도 왠지 베테랑처럼 보이는 게 최대 강점이다. '두 개…'에 함께 출연한 김지석도 "이번이 두 번째 영화 맞니? 난 네가 나보다 훨씬 선배인 줄 알았다"며 깜짝 놀랐을 정도다.
주눅 들지 않는 성격 덕분이다. '써니'로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긴 탓에 욕쟁이 꼬리표가 붙을 것같다는 주위의 우려는 신경쓰지 않는다. "평생 꼬리표 한 번 붙지 않는 연기자들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기분좋게 받아들인다.
좌절도 비교적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신경질적인 모범생을 연기했던 '하이킥!…'에선 여러 이유로 갈수록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그 또한 연기자로서 거쳐야 할 관문이라 위안했다.
강한 캐릭터, 그 중에서도 킬러를 연기하고 싶은 게 꿈이다. "전 세계 어떤 영화를 보더라도 저처럼 재미있게 생긴 여자 킬러는 못 보셨을 걸요. 허를 찌르는 연기로 관객들과 한 번 제대로 맞붙고 싶어요. 하하하."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