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스 A. 대학생 김안철(27·가명)씨는 번번이 취업 면접에 떨어지면서 우울증이 찾아와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피했다. 가까운 친척에게조차 소문이 날까봐 은밀히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정신질환 병력이 남아 취업할 때 불이익을 당할까 두렵다고 하소연한다.
# 케이스 B. 정신과 치료와 항우울제 복용을 통해 산후우울증을 극복한 할리우드 스타 브룩 실즈는 2005년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며 당당하게 공유했다. 그는 말한다. "마음이 아픈 일은 매우 흔한 증상이며,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힘을 얻어야 한다"고.
'마음의 감기'라고 할 만큼 우울증은 흔한 정신질환 증상이지만 병원 문턱 넘기는 힘겨웠다. 주위의 삐투름한 시선이 무서워 병을 키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가벼운 우울증의 경우 병원 진료기록에 대한 걱정 없이 당당하게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축소하고, 내년부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개인별 정신건강 수준을 확인하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하는 내용의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입원치료 등을 해야하는 중증환자만 정신질환자로 분류된다. 약물 처방이 없는 정신과 의사의 단순한 상담은 건강보험급여 청구시 정신질환명을 명기하지 않고 일반상담으로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울증 질환이 있었더라도 의사·약사 등 전문직에 진출할 수 있고, 민간보험 가입이 제한되는 폐단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도 내년부터 실시된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정신질환실태조사' 결과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은 14.4%(519만명)에 달한다.
앞으로는 취학 전 2회, 초등생 2회, 중·고등생 각 1회, 20대 3회, 30대 이후 연령대별 각 2회 정신건강검진이 이뤄진다. 직장에서는 근로자 스트레스, 우울증 예방을 위한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이 실시된다.
◆자살 시도자 심리 치료도
자살시도자에 대한 집중 관리 역시 이뤄진다. 우리나라 자살 사망률은 10만명당 31.2명(2010)으로 OECD 국가 중 제일 많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정신적 문제(29.5%)였다.
내년부터는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에 대한 심리 지원이 실시되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인터넷·도박·알코올·마약 중독자들이 쉽게 치료 받을 수 있는 곳이 늘어난다. 국립정신병원은 학교폭력 가해·피해자를 치유하는 공간으로 바뀐다.
복지부 임종규 건강정책국장은 "국민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편견과 차별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대책을 계기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자살 사망률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지기자 minji@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