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에서 '숨 쉬는 바다, 살아 있는 연안'이라는 주제로 93일간 열리고 있는 지구촌 최고의 바다 축제 여수엑스포가 개막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넘었다.
104개 국가와 10개의 국제기구가 참가를 신청한 가운데 국제관 1층 태평양 D관 103호에 자리 잡은 싱가포르관 역시 '파라독시티: 작은 도시, 큰 꿈 - 역설이 만든 아름다움 (Paradox-ity: City of Contrast)'이라는 주제로 도심과 자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싱가포르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는 714㎡의 작은 국토 면적과 수자원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척박한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국립수자원공사(PUB)의 주도로 배수지·운하·강·저수지를 활동적이고(Active), 아름답고(Beautiful), 깨끗한(Clean) 수변 공간으로 관리하는 ABC 수자원 프로젝트를 통해 물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정원과 물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지속 가능 발전·성공적 치수 패러다임 제시=ABC 수자원 프로그램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새로운 도시관리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점에서 한국의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의 목적과 닮아 있다. 청계천 역시 복개구간 복원 사업 완료 후 막혀 있던 저수지가 깨끗한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탈바꿈했다. 수중과 수변에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녹지공간이 넓어지면서 야생동물이 돌아왔다.
비산 앙 모 키오 파크(Bishan-Ang Mo Kio Park)를 따라 흐르는 칼랑 강(Kallang River)은 ABC 수자원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하천으로 변모했다.
칼랑 강이 자연하천으로 변화하면서 칼랑 강 주변이 시민들의 여가활동을 위한 수변 공간으로 자리 잡는 한편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됐다.
또 풍골(Puggol)저수지의 센캉(Sengkang) 부유습지의 경우 특별한 물 정화 시스템을 마련했으며 새와 물고기의 자연서식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부유습지의 식물들이 영양분을 섭취함으로써 저수지의 수질이 향상됐다.
이와 같이 싱가포르는 수로를 아름답게 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수질을 향상시키는 친환경 요소들이 가득하다. 빗물정원과 폭우로 씻겨 내려온 오염물질들을 미생물을 이용해 제거하는 생물 저류지(Bioretention)와 도심에 존재하는 친환경 생물서식공간인 비오톱(biotope)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의 삶과 쉼터 다양해져=날씨가 따뜻해지면 청계천 산책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공연처럼 대부분의 ABC 수자원 프로그램에 따라 조성된 수변 공간 역시 커뮤니티의 다양한 활동을 위해 활용된다.
카누와 보트·조정을 즐길 수 있고, 싱가포르 국립스포츠협회를 포함한 다양한 생활 편의 시설이 있는 판단(Padan) 저수지는 활기 넘치는 수상 스포츠 경기장으로 변화했다. 또 저수지의 가파른 기슭을 부드럽게 다듬어 전망을 수려하게 만들고, 습지공간을 조성해 낚시·무선 조종 보트·전기 보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수변공간인 콜람 아이어(Kolam Ayer)에는 강둑을 따라 부유식 전망대, 물레방아와 나선식 펌프들이 조성돼 시민들이 물과 가까이 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수변 공간들은 시민들이 칼랑 강 인근에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PUB는 시민들이 물을 가까이 하고 즐김으로써 중요한 자원인 물의 가치를 깨닫고 물을 깨끗하게 지켜나가는 일에 동참하도록 했다.
ABC 수자원 프로그램은 배수로와 운하 및 저수지의 수질을 보호함과 동시에 생물학적 다양성이 보존될 수 있는 친환경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 부족에 시달렸던 싱가포르인들의 포괄적인 수자원 관리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룬 싱가포르 정부의 전략적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