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33)이 '신화의 위트가이'에 가려진 배우 본능을 영화 '연가시'(다음달 5일 개봉)에서 거침없이 뿜어냈다.
▶나 만의 형사 캐릭터 완성
이 영화는 사람의 뇌를 조종하는 살인 기생충에 맞서 가족을 살리기 위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다. 김동완은 본업에 관심없는 생계형 형사 재필로, 형 재혁(김명민)을 따라 연가시를 둘러싼 사건을 필사적으로 파헤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줄곧 찌질하다가 한 번 열심히 하는 형사"다. 형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해 큰 실패를 안기고, 주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약혼자 연주(이하늬)에게까지 빌붙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만 붙들고 있어선 답이 없을 것같아 실제 모델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했다. 현직 강력계 형사를 소개받았는데, 국내에서 네 명뿐인 연극영화과 출신 형사 중 한 명이었다. 붉은 점퍼에 세련된 헤어스타일의 패셔너블한 첫인상이 무척 강렬했다.
실제 절도범을 검거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도 따라 나섰다.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몸놀림과 시체를 대하는 자세, 결정적인 순간엔 민첩한 모습에서 김동완만의 형사 캐릭터를 뽑아냈다.
▶가능성 충분 평가에 힘나요
첫 영화 '돌려차기'는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흥행 실패는 큰 충격을 안겼다. 4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고, 입에 대지 않던 술도 연일 마셔야만 했다. 스크린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8년이 걸렸지만, 그 사이 많은 변화는 주위의 평가에서 나타난다.
7년 전 한 차례 출연을 제의했던 연출자 박정우 감독은 "오랫동안 눈여겨 봐 왔다.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신화 김동완이 아닌 배우로서 캐스팅을 해주셨다는데 자부심을 가져요. 첫 영화 촬영 당시 모니터를 확인할 때마다 부끄럽고 피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달랐죠. 편집실도 찾아가며 애정을 쏟았고, 빨리 극장에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네요."
입대 전 몇 편의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군 복무 후 첫 작품인 MBC 8.15 특집극 '절정'에서 이육사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 이 작품은 4월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 특집극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뮤지컬 '헤드윅'으로 무대 연기까지 경험한 김동완은 "예전에는 대본을 받으면 고민부터 했지만, 이제 마구 덤벼들고 싶은 의욕이 솟는다. '절정'이 그랬고, 뮤지컬 '헤드윅'을 하면서도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면서도 "욕은 먹지 않지만, 아직 상업적으론 평가받지 않은 배우"라고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아시아 투어후 연기에 몰입
지난 겨울 내내 영화 촬영에 매달려온 그는 크랭크업과 동시에 신화의 멤버로 무대에 올랐다. 3월 4년만의 컴백 콘서트를 열었고, 다음달 7일 중국 베이징에서 4개월간의 아시아투어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자주 볼 때는 몰랐던 멤버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게 이번 투어의 가장 큰 수확이에요. 뭐라 표현하기 힘든 애틋하고 끈끈한 감정은 단순히 긴 시간을 함께 한 것만으로 생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시아 투어가 끝나면 연기 활동에 더욱 몰입할 생각이다."1년에 한 번 신화 앨범을 내고 공연하며, 나머지는 연기 활동을 하는 생활이 오래 계속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