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가 전날 현행 경선 룰에 따른 '8·20 전당대회' 방안을 확정하면서 이른바 당내 비박근혜 대선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선 불참 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다.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이른바 비박 3인은 일단 정치적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당분간은 힘을 합칠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보조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 고민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경선 불참을 선언한 이후 당장 쟁점화해 나갈 수 있는 공동의 이슈도 보이지 않아서다. 처지도 다르다. 김문수 지사는 하던 일을 하면 되지만 정몽준·이재오 의원은 진행중인 대선 행보를 접기도, 지속하기도 애매해지는 뻘쭘해진 상황을 수습하기 쉽지 않아진다. 이 의원쪽에서는 "김 지사는 돌아갈 곳(경기도지사)이나 있지만, 이 의원은 정치의 공간이 사라진 당에서 할 일이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초청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당 경선에 참여 안하면 벗어나서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신중히 해야 한다"며 경선에 불참하더라도 탈당과 같은 극단적 대응은 삼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문수 지사는 조만간 경선 불참을 선언하고 발을 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정 전 대표와 이 의원은 당내 흐름을 지켜본 뒤 대선후보 경선 후보등록일인 7월 10~12일을 전후로 경선 불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쪽에서는 "다음달 9일까지는 경선 규칙에 대한 변경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겠지만, 후보등록이 이뤄지면 상황이 종료되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태호 의원(경남 김해을)이 페이스 메이커로 떠오르면서 새누리당은 국면 전환의 기회를 찾았다.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까지 더하면 경선 참여주자는 4명으로 늘어난다. 일단 김은 빠졌지만, '반쪽' 경선도 반가운 새누리당이다./이선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