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이돌 가수를 중심으로 한 K-팝이 해외에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서브컬처(하위문화) 콘텐츠가 가요계를 강타하고 있다.
제도권 흥행 공식에서 벗어난 이들 비주류 노래와 가요 프로그램은 각박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일탈 심리를 자극,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는 중이다.
트렌드 변화는 지난해 UV로부터 시작된 '개가수(개그맨+가수)' 열풍이 이끌고 있다. 개그맨 정형돈과 힙합 뮤지션 데프콘(본명 유대준)으로 구성된 형돈이와대준이가 이달 초 발표한 앨범 '껭스터랩 볼륨1'의 타이틀곡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는 한달 가까이 차트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촌스러운 앨범 디자인과 무대 의상, 솔직하고 재기 넘치는 가사와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멜로디를 앞세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KBS2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의 신보라·박성광·정태호도 가요계에서 맹활약 중이다.
마니아들만의 문화로 취급받던 인디밴드 음악은 인기 TV 프로그램과 결합하며 대중적인 폭발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앞세운 '슈퍼스타K 3' 출신 버스커버스커를 시작으로, '나는 가수다2'에서 기량을 입증한 국카스텐, 솔직한 '19금' 가사가 돋보이는 '탑밴드'의 장미여관과 십센치 등은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이밖에 1990년대 인기 혼성그룹 룰라의 리더 이상민의 재기 과정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케이블채널 엠넷 '음악의 신'은 논픽션과 픽션을 오가는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오디션, 개그프로 영향력
서브컬처 콘텐츠의 성공은 주류에 휩쓸리지 않고 개인의 자생력을 키우는데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가요계가 2000년대 들어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장르의 다양성이 파괴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디션·개그프로 등을 통해 나오는 장르 음악들이 다양성을 원했던 대중의 기호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구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음반 유통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돌로 획일화됐던 이전과 달리 최근 비주류 음악 점유율은 20%로 치솟았다.
인디음악 유통사인 미러볼뮤직의 임대진 이사는 "최근 미국·영국 등 해외 음반시장에서는 메이저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보다 인디음악이 더 각광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인디음악이 아이돌 음악을 추월하기는 힘들겠지만 비슷한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 같은 트렌드가 잠깐의 유행으로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인기를 얻은 비주류 음악들은 저마다 TV 프로그램과 같은 주류 플랫폼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김작가는 "최근 뜬 뮤지션 대부분이 대형 유통 플랫폼을 가진 기득권을 통해 나온다"면서 "이는 가요계뿐 아니라 공연·영화계 모두 비슷하다. 언더그라운드나 B급 문화가 다양해질 가능성을 주는 한편 독과점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