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첨단 기술의 시대다. 세계 각국이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에서 뒤 처지면 눈 깜짝할 사이에 몰락하고 만다.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기업들도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기업 비밀이 새어나가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IT 분야에서 첨단을 걷고 있는 우리 기업도 주요 타켓이 되고 있다. 비밀을 빼내기 위해 산업 스파이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해외기업에 빼돌린 일당 6명을 적발, 3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했다. 기술을 빼낸 회사는 이스라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오보텍코리아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피해를 입었다. 이들 기술은 이스라엘 본사는 물론 중국과 대만 등 경쟁업체 직원들에게 넘겨졌다.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인 '아몰레드' 시장은 90조원에 이른다.
우리는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수 조원을 들였다. 그런데 범인들이 기술을 빼내는 데 사용한 USB(휴대용 저장장치)는 1만원 짜리 안팎이라고 한다. 이들은 실물 회로도 등을 촬영해 USB에 저장한 뒤 신발이나 벨트, 지갑 등에 숨겨 나왔다는 것. 그럼에도 우리 업체들은 범인들이 밖으로 반출할 때까지 별 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검찰수사 착수 이후에야 알았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셈이다.
삼성·LG가 큰 충격에 빠졌음은 물론이다. 향후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들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양산 시 기를 크게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면서 "국가 전체적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고 내다봤다. 검찰 관계자도 "국가 자산을 빼돌린 것은 매국(賣國) 행위와 같다"면서 "향후 오보택 본사 및 해외 지사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유출 경로, 추가 유출 여부 등을 계속 수사해 엄중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매국은 엄청난 범죄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회수나 피해 보상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술을 빼간 업체에 대한 수사가 어려운 데다 한번 유출된 기술은 삽시간에 경쟁업체로 퍼진다. 오보텍은 이스라엘에 본사를 두고 있어 사법권이 닿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인터폴과의 공조가 여의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검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산업 기술 유출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7년간 264건에 이른다고 한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 역사 그에 못지않다는 교훈을 던져 준다. /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