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휴학까지 하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성진(22) 씨는 최저임금 이야기만 나오면 분통이 터진다. 하루 6시간씩 일주일 꼬박 일해야 한 달에 받는 돈이 겨우 85만원 남짓에 불과해 교통비·식비 등을 빼고 나며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은 60여 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은 현실화되길 바랬건만 기대에 크게 못 미치자 다가오는 대선에는 최저임금에 관심이 많은 후보에게 표를 줄 작정이다.
#사례2=서울 은평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성재영(54·가명)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6.1%나 올랐다는 뉴스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대학교에 다니는 딸과 아들까지 동원할 정도로 요즘 장사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아르바이트 생 인건비로 한 달에 60여 만원을 더 지출해야 하는데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선에서는 중소상인들의 이런 어려움을 헤아려주는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다.
최저임금이 12월 대선 최대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6.1% 오른 시간당 4860원으로 결정하자 노사 양측이 모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는 노동자 측이나 어려운 경제현실을 토로하고 있는 사용자 측 모두 정치쟁점화를 경고하고 있어 대선을 앞둔 후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노동계는 1일 발표된 노동연구원의 자료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연구원이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한 시간당 실질 최저임금(2010년 기준)을 따져본 결과, 비교대상국 중 프랑스가 10.86달러로 가장 높았고 일본이 8.16달러, 영국 7.87달러, 미국 6.49달러, 스페인 4.29달러 등으로 3.06달러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 모두 많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실질 최저임금은 30%에도 못 미쳤고 일본에 비해서도 38%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최저임금 수준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저임금노동자 468만명이 열심히 일해도 매달 빚을 지고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30인 미만 사업장이 매년 약 1조40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총은 "지난해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물가상승률과 어려워진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높은 인상률로 결정됐다"며 "영세·중소기업의 활동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심각히 위협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선을 코 앞에 둔 정치권은 최저임금을 놓고 벌이는 노사 대립을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올랑드 후보가 최저임금 인상 공약으로 17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은 최저임금 50% 인상을 내세워 공세에 나섰고 정세균 전 대표도 '최저임금 인상 및 200만명 최저임금 사각지대 해소' 등을 대표 경제 공약으로 내걸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으나 이번 주로 예정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서영석 정치평론가는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은 노사 중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뜨거운 감자로 대선 정국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복지논쟁과 맞물려 사회적 관심이 점점 증폭되고 있어 최저임금은 대선 판세를 좌우하는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국명·김유리기자 kmle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