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하나가 이렇게 비쌌나요? '할인' 안 되면 못 사겠어요."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주부 박미진(37)씨는 평소 쓰던 치약세트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도로 빼며 한숨을 쉬었다. 일주일전만해도 3750원이던 치약 값이 두 배 뛰어 7500원이란 가격표가 붙어서다.
치약뿐만 아니다. 라면, 고추장, 물티슈 등 대형마트에서 파는 생필품 값이 이달부터 크게 올랐거나 인상될 예정이다. 체감 물가의 최전선이라 할 식탁 물가도 위협받고 있어 하반기에도 지갑을 꽁꽁 동여매야 할 지경이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3월 시작한 생필품 할인행사를 6월말 끝내고, 1일부터 기존 가격으로 팔기 시작했다.
최고 50% 할인된 값에 제품을 사던 소비자들은 훌쩍 오른 가격표가 생소하기만 하다. 반값에 팔리던 애경의 '2080 청은차 치약'(130g×3개)은 판매가격이 100% 올라 7500원이 됐고, 삼양의 수타면(5입) 또한 이달부터 25.2% 오른 2780원에 팔리고 있다.
또 다른 대형마트도 같은 기간 가격을 동결한 음료와 유제품 등의 가격을 올리기로 하고 인상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소비 촉진을 위해 할인 행사를 진행했지만 업체들이 더 이상 손해 보면서 팔 수 없다고 해 가격을 할인행사 전으로 되돌릴 수밖에 없다"며 "대신 신선식품 등을 중심으로 게릴라식 할인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소값, 공공요금도 껑충
먹거리 부담도 커졌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생활에 밀접한 신선식품 가격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초 몰아닥친 이상 한파와 최근 극심한 가뭄 탓이 크다.
채소는 지난해보다 19.8% 올라 가격상승폭이 20%에 달했다. 파(84.7%), 감자(55.6%), 양파(45.2%) 등 매일 밥상에 오르는 품목의 가격이 많이 뛰었다. 배추(65.9%), 고춧가루(72.5%) 값도 급등해 올가을 김장도 고민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1포기 값은 지난달 말 2597원으로 1년 전의 2배 수준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달 지역난방비 요금과 경기·인천의 시내버스료가 오른 가운데 정부는 이번 달 전기요금을 평균 4% 안팎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어 생활비 걱정이 만만찮아졌다.
식품업계도 가격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팔도가 최근 여름 성수기 제품인 비빔면의 가격을 슬그머니 12.5% 올린 상태다. /전효순기자 hsjeo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