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한의원 있으니 한 번 다녀와 봐. 너도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 될 거야'하는 심정 아닐까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의 김일란·홍지유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영화 흥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일란·홍지유 두 감독이 연출한 '두개의 문'은 개봉 8일 만인 지난달 29일 1만 관객을 돌파했다. 독립영화로써는 이례적으로 총 관객 293만4404명을 끌어 모은 워낭소리의 1만 관객 돌파(7일) 기록과도 맞먹는 놀라운 추세다.
상영관 16개로 시작해 2일 현재 24개로 늘기는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홍보비와 상영관에 비하면 놀라운 관객동원력이다. 소재가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두개의 문'은 2009년 1월 20일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용산참사'를 재판 기록과 인터뷰, 영상으로 재구성한 아픈 영화다.
"영화가 용산참사 판결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이거나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진 않아요. 그럼에도 이렇게 관객이 몰리는 이유는 머리로 인식했던 정보를 감정의 일렁임으로 받아들이면서 피해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홍지유)
홍 감독은 "시민들은 이 정부 들어 피곤한 삶을 살았다"며 "관객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이 무너지는 사건들을 연이어 겪으면서 결국 내 삶 속에서 또 다른 '용산참사'를 겪을 수 있겠구나 하는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10대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 사회가 학교폭력을 다루는 방식을 재발견했다고 평했다. 이 관객은 가해·피해 학생을 줄 세우고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인간에 대한 존중을 가르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을 은폐하는 사회와 닮았다는 것이다.
김·홍 감독은 이 10대 관객이 '두 개의 문' 제작의도를 정확히 해석했다고 꼽았다. 영화는 진압 매뉴얼도 없이 사유재산에 공권력을 투입, 철거민을 진압한 경찰 지휘부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둔갑하는 상황을 그린다.
피해자는 철거민과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경찰 특공대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되는 상황이 현 시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게 우리 시대 삶이라는 해석도 덧붙는다.
홍 감독은 "관객들이 바쁜 생활 속에서 타인의 상처나 감정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지만 영화를 통해 서로 치유 받고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다는 마음을 확인하는 것 같다"며 "그런 마음이 영화의 흥행을 이끌어가는 관객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관객들이 영화를 통해 상처 난 자존감을 스스로 치유하면서 그 경험을 좋은 병원을 추천하듯 지인들에게 권하는 것 같다"며 "매진 행렬은 적극적으로 영화를 해석하며 동참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관객 덕분에 가능했다"고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