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벤처기업에 다니는 손학렬(39)씨는 지난달 30일 성공회대 풀뿌리사회적기업가 과정을 수료했다. 결혼 후 9년여 동안 생활협동조합 한살림 등을 이용하면서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을 키워오던 차에 앞으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례2.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국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남현우(20)씨는 휴학하고 지난 2일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SGS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과정에 등록했다. 유학 중에 기숙사의 이웃돕기 봉사활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노인 일자리창출을 위한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꾸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지역사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고, 이윤을 사업과 지역공동체에 다시 투자하는 기업을 말한다.
5년 전부터 정부가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이후 관련 정책을 펴 왔지만 최근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동반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SGS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과정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고 홍보가 되면서 신청자가 늘어났다"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과정의 이번 4기 입학자는 100명으로, 지난 1·2기에 30~40여명, 3기 수강생이 60여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자발적 참여에 더해 정부도 지원을 늘리고 있다. 정부는 저성장 구조로 접어든 한국경제의 해법차원에서 사회적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시회적기업 주간을 선포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이 주최하는 사회적 기업 박람회 후원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 6월 현재 712개의 사회적기업이 인증을 받았고, 680개소가 활동 중이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곳이 436개소로 가장 많고, 자활공동체(82개), 장애인작업장(75개), 협동조합(13개), 기타(74개) 등이다. 2007년 인증 받은 사회적기업이 모두 55개소에 불과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12배 이상 늘었다.
4년 사이의 매출총액으로 봐도 8배 정도 커졌다. 2007년 사회적기업의 매출총액은 464억원이었지만 2010말 기준으로는 3765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유급종사자 수도 2539명에서 1만3443명으로 1만명 이상 늘었다.
사회적기업이 이처럼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부끄러울 정도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사회적기업의 비중은 2007년 0.0047%에서 2010년 0.0353%로 7.5%포인트 늘기는 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GDP의 0.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영세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규모 확대 보다 '생존'이 더 시급한 문제로 여겨지는 이유도 '영세성'에 있다.
창업연구소 등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이 5년까지 생존할 확률은 46.3%에 불과하다. 사회적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새로 진출하는 사회적기업의 자생력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새겨서 들을 만하다.
지역공동체 사회적기업인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의 유호근 사무국장은 "사회적기업 창업을 준비한다면 정부나 외부 지원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성기자 lazyhand@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