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두 번째 주연작 '나는 공무원이다'의 개봉을 앞둔 윤제문(42)은 암사자가 사냥해 온 먹이를 배불리 먹은 뒤 심드렁한 표정으로 오수를 즐기는 숫사자같았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좋아해, 가끔은 대답보다 질문이 오히려 더 길었던 만남을 공개한다.
- 극 중에서 연기한 구청 공무원 한대희와 실제로도 많이 닮았다. '평정심의 대가'란 별명처럼 감정 변화가 좀처럼 읽히지 않는 얼굴이 더욱 그렇다.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더 끌렸겠지.
- 여기서 잠깐! 대한민국에서 시큰둥한 연기로는 단연 최고다.
그런가? 허허허. 실생활에서도 내 감정을 자주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않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캐릭터도 감정의 진폭이 작아야지 마음에 와 닿는다.
- 영화속 한대희는 우여곡절끝에 나이어린 인디밴드와 함께 선 무대에서 잠깐이나마 일탈의 짜릿한 희열을 경험한다.
10년전이었던 것같다. 명동의 한 소극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맥주 한 잔 마시러 간 라이브 카페에서 선배가 갑자기 노래와 기타 연주를 시켰다. 고등학교 때 클래식 기타를 배우긴 했지만, 남 들 앞에서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웃기는 게 무대가 끝나자 왠지 모를 쾌감과 더불어 '더 잘 할 걸'이란 아쉬움이 교차하더라. 아마 그 때의 기분을 한대희도 느꼈을 것이다.
- 악기 연주는 여심을 훔치는 '필살기'이기도 하다. 당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성 손님과 핑크빛 로맨스는 없었나?
없었는데…. 허허허. 뭘 그런 질문을…. 허허허.
- 두 번째 주연작이다. 조연으로 출연할 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질 듯싶다.
출발할 때는 아무래도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연기하는데 바빠 다 까먹는다. 물론 첫 주연작이었던 '이웃집 남자'는 고생하면서 촬영했다. 부담감 때문이 아니라, 베드신 등 어려운 장면이 많아서였다.
- 특히 이번엔 어린 연기자들을 주도해야 했다.
젊은 친구들과 어울려 연기한 적은 처음이다. 대부분 선배 혹은 또래들과 주로 공연했던 것같다. 촬영장 분위기도 극의 흐름과 비슷했다. 처음에는 인디밴드와 서먹서먹하게 지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지 않나. 나도 그랬다.
- 관객들에겐 '열혈남아' '비열한 거리' '우아한 세계' 등을 통해 조폭 연기의 달인으로 처음 익숙해졌다. 어두웠던 과거(?)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을 정도다.
에이, 그런 사람 아니다. 지금은 경기 고양에 살고 있지만, 마포에서 30년 넘게 살았고 아주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1995년 연극무대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으며 별다른 우여곡절없이 이제껏 살아오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은?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을 준비중이다. 한 물간 조폭으로 출연한다. 조폭이지만 생계형이란 점이 지금까지 연기했던 조폭들과 다르다. 빅뱅 탑이 남파 간첩을 연기하는 '동창생'에선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캐스팅됐다.
장기적인 계획없이 그때 그때마다 재미있는 작품이 들어오면 출연하는 편이다. '되는대로 살자' 주의다. 허허허./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