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스타벅스 소공동점. 한 손님이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자, 주문을 받은 직원이 바리스타를 향해 말하는 대신 엄지를 치켜세우며 소문자 'a'를 만든다. 그러자 카운터 뒤에 서 있던 바리스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OK' 신호를 보낸다.
스타벅스 매장에 가면 이런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하면서부터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인종과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직원을 채용하는 미국 본사의 경영 방침에 따라 2007년부터 지체·시각·청각장애인 등을 바리스타로 뽑았다. 현재 상시근로자 3700명 중 장애인 바리스타는 59명에 달한다.
그리고 이 숫자는 올해 말까지 100여 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최근 스타벅스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 고용 증진 협약'을 체결, 연말까지 법정 의무 고용율인 2.5%에 해당하는 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할 계획이다.
청각장애인 황진(33·스타벅스 교대점)씨와 장시승(35·소공점)씨는 이들의 대선배가 된다. 두 사람은 같은 교회를 다니는 친구 사이로, 먼저 입사한 장씨가 활발해진 모습을 보고 황씨도 뒤따라 입사하게 됐다.
-바리스타란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황진(이하 황): 아이 둘을 키우면서 재취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전문적인 일을 생각해보다 바리스타란 직업을 알게 됐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을 찾아 로스팅, 드립커피, 라떼아트 등 커피 공부를 1년간 했다. 단순 생산직이 아니면 취업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밝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어 감사하다.
장시승(이하 장): 어린시절부터 요리와 음식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요리를 배웠다.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에서 티 마스터(홍차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직접 매장에서도 일하며 홍차 뿐만 아니라 커피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커피에 관심을 갖게 돼 스타벅스에 입사하게 됐다.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떠했나.
황: '귀가 안 들리는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요즘은 내 모습을 보고 희망과 용기를 갖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손님들의 주문을 받거나 직원들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장: 혼자 커피를 만들 때 손님이 주문을 하려고 한참 부르다 직접 나에게 오는 경우도 있었다. 꽤 머쓱했다. 직원들과는 간단한 수화로 대화하고, 우유 거품을 낼 때는 소리 대신 손의 감각으로 작업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지금 바리스타를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황: 바리스타도 서비스 직종이다. 잘하려면 가장 먼저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만이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장: 먼저 편견을 깨라고 말하고 싶다. 노력과 성실만 갖고 열심히 일한다면 비장애인과 큰 차이를 못 느끼는 일이다. 용기를 내어 같은 바리스타로 실력을 겨뤘으면 좋겠다. 사진/도정환기자 dor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