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소위 '멘붕(멘탈 붕괴)'상태에 빠졌다. 정치권이 4·11 총선을 의식해 지자체의 예산형편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졸속으로 밀어붙인 무상보육이 재원 고갈로 중단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서초구에 이어 강남구와 종로구 등 총 11개 자치구의 무상보육 관련 예산이 다음 달 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5일 밝혔다. 인천은 9월, 경기와 충북, 대전, 광주는 10월 중으로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날 것으로 내다봤다.
경남과 대구는 9월과 11월 사이, 전북, 강원, 충남, 전남, 부산, 울산은 11월, 제주, 경북은 12월 초면 예산 부족으로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2000억원 이상의 국고보조사업에 대해서 국비와 지방비 매칭이 보통 8대 2거나 9대 1인데 영유아 보육비만 6대 4"라며 "국가가 벌인 일이니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큰 문제는 해결책을 놓고도 정부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현재까지 지자체 예산 부족분 지원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며 무상보육 전면지원에서 선별적 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보건복지부도 시간연장 보육 일부를 유료화하는 등 무상보육 체계를 개편할 방침임을 밝혔다.
반면 여권은 영아 무상보육 관련 지자체분 추가수요인 6200여억 원에 대해 예비비 집행 등 국고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특히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0~2세 영아 무상교육뿐 아니라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공약했던 0~4세 영유아 무상보육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상보육 제도에 대한 당정간의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만3세 아를 자녀로 둔 조정선(39)씨는 "예초부터 무상보육 지원 대상에서 만 3~4세가 빠진 황당한 정책을 내놓더니 이젠 돈이 없다는 것은 무슨 경우냐"며 "무상보육에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고 홍보했던 정부 관계자들은 아이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